[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신(神)의 영역

〈제3보〉(33~50)=허영호(23)의 현재를 꽃에 비유하자면 몽우리가 터지기 직전의 모습쯤 될까. 여러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본격 타이틀에 다가가는 중이다. 2005년 신인왕에 오르는 등 신예 무대에선 오래전에 검증을 마쳤다. 바둑리그에서 2년 연속 팀 우승의 주역을 맡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바둑리그 때는 우승 결정국 포함, 총 12승(6패)을 올려 실질적인 MVP였다는 평을 들었다.

좌중앙 백세를 견제한다는 의미에서도 33은 좋은 자리. 여기서 백이 34로 끼우고 38로 끊어 40까지 좌하귀를 키운 작전은 어땠을까. 형세가 두텁다고 보고 실리로 변신했던 건데, 이 수순에 대한 검토진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참고도 1 이하 6까지 평범히 처리했으면 훗날 좌하 쪽 흑 6점이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서둘렀다는 것.

41과 42는 맞보기로, 41을 내 준 상황에서 42의 모자는 필연이다. 그다음이 어렵다. 장고를 거듭하던 허영호의 돌이 착지(着地)한 곳은 43. 이런 곳은 감각에 의존할 뿐 백날을 생각해도 정답은 알 수 없다. 신(神)의 영역이란 뜻이다. 44는 강수였고, 흑도 45의 최강으로 받아치면서 사태가 험악해졌다. 50에 붙여 바둑은 변화의 격류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