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쇄빙선(碎氷船)

〈제5보〉(63~80)=애써 만든 선박들이 빙산과 부딪쳐 침몰하는 참사가 속출하자 인간은 정면 돌파로 이 문제를 풀어나간다. 바다 위에서 빙산을 스스로 깨뜨리며 전진하는 배를 만들어낸 것. 소위 쇄빙선(碎氷船)이다. 바둑에서도 361칸의 거대한 대양(大洋)을 항해하다 보면 거대한 얼음덩이와 자주 마주친다. 백의 입장에서 ?Y 같은 기착점(旣着點)들이다. 우상귀에 뛰어든 백군들은 얼음에 갇힐까, 부수고 나갈까.

63으로 77은 백 63으로 돌려 패(覇)가 된다. 우변이 백의 팻감 공장이어서 그건 흑이 곤란하다. 64, 66의 준동에 67이 고심의 일착. 참고1도나 2도, 3도 모두 흑이 한순간에 망한다. 결국 68로 몰아 79까지는 쌍방 외길 코스였다. 이 결과는 어떨까. 백이 도처의 빙산을 성공적으로 깨고 헤쳐나감으로써 흑의 피해가 그만큼 컸다.

상변은 훗날 백 '가' 이하 부호 순으로 처리될 것이다. 창하오의 화려한 개인기에 검토실 기사들의 탄성이 터진다. 신바람이 난 김에 80으로 또 한 번 쇄빙(碎氷) 모터를 가동하고 나섰다. 아예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 하지만 방위와 풍향(風向)에 대한 점검 없는 쇄빙은 모험이 따르는 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