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영화 주연 박철민 "주인공 내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
입력 : 2009.06.30 11:17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면... 불을 한번 크게 낸 적이 있죠. 뒷산에서 연 날리다가 추워서 성냥으로 불을 붙여 피웠는데 바람이 확 부니까, 뭐랄까 쓰나미 같은 불꽃이 확 일어나더군요. 저랑 친구들 세 명은 불났다고 도망가고, 마을 사람들이랑 예비군, 소방대원 수백명이 몰려 왔던 걸로 기억해요. 아직도 범인은 안 잡혔다던데...." 어른이 된 배우 박철민의 활동 영역은 방송과 영화, 연극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얼마전 시작한 법정드라마 '파트너'(KBS2)에선 김현주가 일하는 로펌의 능구렁이 사무관 역을 맡았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에선 '덜 늙은 도둑'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다음달 개봉하는 영화 '아부지'에선 생애 첫 영화 주연을 맡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중 하나인 박철민. '화려한 휴가'를 비롯해 '신부수업', '목포는 항구다', '역도산', '혈의누', '스카우트' 등 이십여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해온 그가 이번엔 또 어떤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할까. |
| 또 다시 교편 잡은 '선생님 전문배우' |
| 영화는 물론 드라마 '파트너' - 연극 '늘근 …' 등 전방위 활약 |
▶선생님만 다섯 번째 교사 전문 배우
'아부지'에 대한 기사를 본 박철민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연 안 하고 평생 조연만 하겠다고 대중들과 약속해놓고 왜 주연 하냐"는 항의 전화였다.
"사실 저 주인공 아닙니다. 영화 홍보를 위해 그렇게 자료가 나가긴 했지만, 엄밀히 애들이 주인공인 영화예요. 굳이 성인 출연진 중에 찾자니 전무송 선배님과 제가 분량이 많아 그런 것 뿐입니다. 저 거짓말 안 했어요.(웃음)"
영화 속 아버지(전무송)는 평생 농사만 짓던 농사꾼이다. 그의 열 세살 난 아들은 공부를 하고 싶지만 아버지는 글만 읽을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아버지와 아들의 가교가 돼서 화해를 시키는 선생님 역할이에요. 애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생각을 하게 하고, 연극반을 만들어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과 비교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이상하게 선생 역할을 많이 했다. "이번 영화 뒤에 개봉할 '4교시 추리영역'도 선생님이고 이전에 찍은 '방과후 옥상', '번지점프를 하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에서도 다 선생님 역이었어요." 사실 그의 집안엔 교사가 많다. 아버지, 어머니, 장인, 장모, 친누나 모두 선생님이다.
▶"애드리브는 득과 실이 공존하죠"
그는 '애드리브 자판기', '애드리브의 황제'로 통한다.
"참 부끄럽고 부담스럽습니다. 사실 배우라는 게 있는 그대로의 대사로 가장 어울리게 잘 소화하는 게 잘 하는 거잖아요. 애드리브는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실이 될 수도 있는 거라 늘 조심스럽죠."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애드리브는 빛을 발했다. "제가 연극반을 만들고 싶어하는데 교장선생님이 반대하거든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교장선생님의 뒤를 쫓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는 제가 쫓아가기만 하는 걸로 돼 있었어요. 근데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좀 쫓아가다 제가 교장 자전거를 빼앗아서 타고 가고 제 뒤를 교장선생님이 자전거 내놓으라며 쫓아오게 하자고 했죠. 즉석에서 그냥 감독님께 말씀드린 건데 감사하게도 적극적으로 받아줬어요."
▶나,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
아버지라는 단어가 떠올리는 이미지 속엔 공통분모가 있다. 무뚝뚝하고 무섭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제 아버지도 그랬어요. 40년을 살다보니 지금은 형동생 같은 친구가 됐지만. 과거엔 무뚝뚝하고 크고 멀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아주 살갑고 가깝게 느껴져요. 좀 더 빨리 그랬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죠. 그래서 제 아이들에겐 듬직한 방패막이도 좋지만, 한없이 편한 친구, 동생, 부하 같은 아랫것이 되서 함부로 대하고 갖고 놀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싶어요."
'아부지'에 대한 기사를 본 박철민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연 안 하고 평생 조연만 하겠다고 대중들과 약속해놓고 왜 주연 하냐"는 항의 전화였다.
"사실 저 주인공 아닙니다. 영화 홍보를 위해 그렇게 자료가 나가긴 했지만, 엄밀히 애들이 주인공인 영화예요. 굳이 성인 출연진 중에 찾자니 전무송 선배님과 제가 분량이 많아 그런 것 뿐입니다. 저 거짓말 안 했어요.(웃음)"
영화 속 아버지(전무송)는 평생 농사만 짓던 농사꾼이다. 그의 열 세살 난 아들은 공부를 하고 싶지만 아버지는 글만 읽을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아버지와 아들의 가교가 돼서 화해를 시키는 선생님 역할이에요. 애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생각을 하게 하고, 연극반을 만들어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과 비교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이상하게 선생 역할을 많이 했다. "이번 영화 뒤에 개봉할 '4교시 추리영역'도 선생님이고 이전에 찍은 '방과후 옥상', '번지점프를 하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에서도 다 선생님 역이었어요." 사실 그의 집안엔 교사가 많다. 아버지, 어머니, 장인, 장모, 친누나 모두 선생님이다.
▶"애드리브는 득과 실이 공존하죠"
그는 '애드리브 자판기', '애드리브의 황제'로 통한다.
"참 부끄럽고 부담스럽습니다. 사실 배우라는 게 있는 그대로의 대사로 가장 어울리게 잘 소화하는 게 잘 하는 거잖아요. 애드리브는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실이 될 수도 있는 거라 늘 조심스럽죠."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애드리브는 빛을 발했다. "제가 연극반을 만들고 싶어하는데 교장선생님이 반대하거든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교장선생님의 뒤를 쫓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는 제가 쫓아가기만 하는 걸로 돼 있었어요. 근데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좀 쫓아가다 제가 교장 자전거를 빼앗아서 타고 가고 제 뒤를 교장선생님이 자전거 내놓으라며 쫓아오게 하자고 했죠. 즉석에서 그냥 감독님께 말씀드린 건데 감사하게도 적극적으로 받아줬어요."
▶나,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
아버지라는 단어가 떠올리는 이미지 속엔 공통분모가 있다. 무뚝뚝하고 무섭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제 아버지도 그랬어요. 40년을 살다보니 지금은 형동생 같은 친구가 됐지만. 과거엔 무뚝뚝하고 크고 멀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아주 살갑고 가깝게 느껴져요. 좀 더 빨리 그랬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죠. 그래서 제 아이들에겐 듬직한 방패막이도 좋지만, 한없이 편한 친구, 동생, 부하 같은 아랫것이 되서 함부로 대하고 갖고 놀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