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선택] 알 수 없는 그녀, 알고 보니 불쌍한 그녀

이번 주 개봉영화는 한국영화 '킹콩을 들다'와 이탈리아 영화 '언노운 우먼' 달랑 두 편. '트랜스포머'가 지난주 개봉한 뒤 여기저기 극장들을 죄다 잡아먹고 있는 걸 미리 예상한 배급사들이 개봉을 피한 탓이다. 바꿔 말하면 변신 합체 로봇들과 대담하게 맞선 이 두 영화는 그만큼 자신 있는 영화란 말씀. 특히 '시네마 천국'(1988)의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신작 '언노운 우먼'은 기대 이상의 스릴러 드라마다.

이레나(크세니야 라포포트)는 경비에게 뇌물까지 바쳐가며 한 부부가 사는 아파트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그 아파트 건너편에 집을 구해 밤마다 창문으로 그 부부 집을 엿본다. 그녀의 다음 목표는 이 부부 집의 가정부가 되는 것. 지금 일하고 있는 가정부를 계단에서 밀어버리면서 결국 부부에 접근한 이레나는 그들의 딸 떼아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떼아의 엄마 발레리아(클로디아 게리니)는 이레나가 떼아를 대하는 태도가 가정부치곤 지나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녀를 의심한다.

영화 제목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알 수 없는 인물이며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그녀 주변에는 역시 알 수 없는 자들이 배회한다. 폭력과 섹스, 서스펜스가 적절하게 배합된 이 영화는 중반 이후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더욱더 흥미로워진다.

이 영화는 줄거리를 전혀 모르고 봐도 감상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그편이 나은지도 모른다. 미심쩍은 인물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를테면 주인공은 발레리아 부부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뒤져 버린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은 첩보영화를 닮았다. 주인공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알게 된 뒤로는 안쓰러운 드라마다. 좀 식상하게 표현하면 이것은 '이탈리아 판 마더'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먹먹하다. 후반부에서 작위적인 장면이 몇 번 등장하면서 성급하게 끝내려는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는 면밀하게 연출된 스릴러이며, 자주 접하기 어려운 이탈리아 영화여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시네마 천국'에 이어 다시 음악을 맡았다.

▶전문가 별점

흥미로운 감성 스릴러. 둘 다 확실히 잡지는 못한 아쉬움.

― ★★★ 이상용·영화평론가

분위기 있는 협궤열차를 타고 흥미롭게 달려가다가 급정거하는 스릴러.

― ★★★ 황희연·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