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모습의 사람들… 이게 남미(南美)의 현실이야

콜롬비아 출신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Botero·78)는 사람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림 속 인물들은 신체 비례에 맞지 않고, 풍만하다 못해 뚱뚱해 보이는 여성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폭력적인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과장되거나 왜곡된 형상을 통해 해학으로 비틀고 있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최하는 《페르난도 보테로》전(展)은 보테로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 〈거리〉는 사회적·종교적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과장된 형상의 경찰과 수녀를 등장시켜 서로를 감시하듯 불안하고 경직된 사회상을 보여준다.

보테로는 투우 학교를 다녔지만 일찌감치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 인체를 왜소하고 기다랗게 변형한 조각가 자코메티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멕시코에서는 형태를 왜곡 과장하는 디에고 리베라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스타일을 발전시켜 나갔다. 전시 참가를 위해 내한한 보테로는 인터뷰에서 "나는 뚱뚱한 사람을 그린 것이 아니다. 볼륨을 통해 강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보테로는 형태뿐 아니라 색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색감을 보여준다. 작가는 "캔버스에 색을 칠하고 또 칠한다. 10년간 캔버스에 칠하고 말리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정물'과 '라틴의 삶' 등 4개 섹션에 걸쳐 80여 점의 회화가 등장하며 〈앉아 있는 여인〉 등 야외 조각 3점도 나왔다. 9월 17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며, 전시 입장료(덕수궁 입장료 제외)는 성인 9000원, 초·중·고생 7500~8500원, 유아 4000원. (02)368-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