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팻감 공방(攻防)

〈제7보〉(93~105)=허영호는 올해 초 벌어졌던 '바투 인비테이셔널' 우승이란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바투란 바둑을 모티브로 만든 온라인 게임. 분명 바둑과는 다르지만, 바둑이 약해선 결코 못 이기는 것이 또한 바투다. 그 대회만 해도 상당수의 프로기사들이 출전해 허영호와 겨뤘었다. 허영호는 올해 바둑리그에 참여한 바투 팀의 2지명 선수로 뽑혀 주축멤버로 활약 중이다. 뗄 수 없는 인연일까.

?V는 역경에 처한 백이 그나마 찾아낸 수습의 맥점. 이 수로 백도 일방적 파멸은 면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흑이 96으로 빠져 저항하면 어찌 될까. 참고1도 백 2의 선수 교환이 민첩해서 18까지 흑의 수 부족이란 결론이다. 참고2도 흑 5로 끼우면 12까지 패(覇)가 된다. 실전 역시 98의 먹여침을 거쳐 100에 집어넣어 패가 정답.

패라곤 하지만 부담은 백 쪽이 훨씬 더 크다. 반면 흑으로선 한 방으로 상대에게 큰 타격을 안겨주는 팻감이 안 보인다는 게 아쉽다. 입맛을 쩍쩍 다시던 허영호, 105로 젖히는 팻감(?)을 썼다. 그리고 창하오가 이 바둑 최고의 장고(長考)에 빠져든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다. 그의 손을 얼어붙게 한 힘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104…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