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패권은 이창호와 강동윤 등 두 한국기사 간의 결승 단판승부로 판가름 나게 됐다.
4일 도쿄 일본기원서 벌어진 준결승서 이창호는 중국 창하오(常昊)를, 강동윤은 박영훈을 각각 따돌렸다. 이로써 22년 간 세계 최고(最古) 전통을 쌓아온 후지쓰배의 통산 14번째 한국행(10연속 우승 포함)이 확정됐다.
1500만 엔(약 2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려있는 후지쓰배 결승전은 오는 6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이창호(34) 9단은 이날 299수만에 흑 4집 반승을 거둠으로써 열흘 전 제7회 춘란배 결승서 창하오에게 0대2로 패했던 아픔을 통쾌하게 설욕했다.
하지만 내용적으론 압도적 우세를 쉽게 마무리하지 못한 채 추격을 허용, 끝까지 가슴 졸이게 만드는 힘든 승부였다. 이창호는 2006년 이후 창하오에게 2승 6패로 몰리던 흐름을 끊고 통산전적을 22승 10패로 벌렸다.
이창호는 2005년 이후 국제무대서 7연속(메이저대회는 6연속) 준우승을 기록 중이다. 이번 후지쓰배 결승전이 이 같은 불운을 끊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창호는 후지쓰배에서 9회 때와 11회 때 두 차례 우승했으며 통산 23회 세계대회를 제패했다.
올해 20세의 약관 강동윤 9단은 박영훈(24) 9단을 200수만에 백 불계로 꺾었다. 중반까지 흑을 쥔 박영훈이 우세하다는 중론이었으나 막판 집요한 추격 끝에 역전된 한 판. 국내 랭킹은 강동윤이 3위, 박영훈이 4위에 올라있다. 둘 간의 통산전적도 5승 2패로 강동윤이 앞서게 됐다.
강동윤은 지난 해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 남자 개인전 금메달, 농심배 5연승 등으로 성가를 높였다. 실력에 비해 국제대회 운이 없다는 평을 들었으나 이번에 본격 세계프로기전 첫 우승 도전의 기회를 잡았다. 두 차례나 후지쓰배를 제패했던 박영훈은 결승 문턱에서 분루를 삼켰다.
이창호와 강동윤의 역대 통산전적은 8승 5패로 강동윤이 앞서있다.
세계기전 판도는 이로써 한국이 4개(삼성화재배, 후지쓰배, 잉창치배, 중환배), 중국이 5개(LG배, 비씨카드배, 도요타덴소배, 춘란배, TV아시아)를 각각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