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추격자의 후회(後悔)

〈제9보〉(125~137)=젊은 날 창하오(常昊)의 별명은 '준우승 전문'이었다. 2005년 잉씨배에서 숙원을 풀기 전까지 치른 여섯 번의 국제대회 결승이 몽땅 실패로 끝났다. 특히 이창호에겐 무려 12연패를 당할 만큼 손발이 묶였다. 그랬던 그가 30대에 접어들자 연속 3개의 세계대회 우승컵을 챙기고 있다. 이창호는 그중 2개를 헌납했고, 같은 기간 거꾸로 세계 결승 7연패의 나락에 빠졌다. 승부 세계란 원래 그런 곳이라지만 뭔가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한때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던 좌중앙 일대 백 돌들이 쫓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125에 대해 허영호의 후회가 있었다. "둘 때는 안형(眼形)의 급소이자 두터운 자리라고 봤는데 참고도1이 급소였다." 그랬더라면 여전히 백을 괴롭히며 중앙에 살집도 붙어 확실한 우세를 잡았으리란 소감이었다.

백도 단순히 도망만 가선 진다. 126은 "당신은 약점이 없느냐"는 일종의 엄포. 그러거나 말거나 흑은 127, 129, 133 등 신바람을 내며 몰아치고 있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공세였는데, 134의 건너붙임 때 137이 예의 과속(過速). 백이 쳐둔 그물에 걸려드는 순간이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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