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차수연, "꼭 벗어야 에로스인가요?"

아내 혜림(차수연)이 묻는다. "자긴 내가 언제 제일 섹시해?" 남편 현우(김강우)가 답한다. "자기가 아무 것도 안 입었을 때." 다시 아내가 묻는다. "그럼 언제가 제일 행복해?" 혜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현우가 속삭인다. "자기가 아무 것도 안 입고 날 안아줄 때." 혜림이 먼저 키스를 한다. 현우는 아내의 유혹에 서서히 빠져든다. 젊은 부부의 몸이 달아오르며 호흡이 거칠어지려 할 때 현우는 아내를 밀쳐낸다. "잠깐만 나 좀 봐봐. 병원에서 하면 안된다고 그랬잖아." 안타까운 정적이 부부의 침대 위에 내려앉는다. 에로스에 관한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 '오감도'의 한 장면이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두번째 에피소드 '나, 여기 있어요'는 불치병에 걸린 아내와 남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차수연은 말기 심부전으로 고통받는 여자를 연기했다.

영화'오감도-나 여기 있어요'주인공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암 같은 병에 걸린 것 자체도 너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일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사랑하는 사람을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인물의 아픈 마음에 더 초점을 맞췄어요."

'오감도'를 '쌍화점'이나 '미인도'처럼 파격적인 노출 장면이 있는 영화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온 몸을 벗고 다 보여주고 육감적이면서 파격적으로 찍어야만 에로스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자극을 주고, 느끼지 못한 에로스의 다른 한 측면을 건드려주고 싶었어요."

그럼 '나, 여기 있어요'가 건드리고 싶었던 자극은 뭘까.

"이 병에 걸리면 호흡 질환도 같이 생기는데 호흡이 가빠지면 병이 번질 수 있대요. 혜림은 그걸 무릅쓰고 남편에게 사랑의 표현을 베드신에서 하려 하는데 남편도 이러면 안된다는 걸 잘 알잖아요. 서로 표현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에로스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차수연은 2004년 드라마 '알게 될거야'로 데뷔했다. 지난해 영화 '아름답다'로 베를린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주목 받았다.

그녀에겐 캐스팅 복이 있다. 김강우 현빈 윤계상 등 매력남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다.

"현빈씨는 조용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분 같아요. 막상 얘기를 하게 되면 잘 들어주고 말씀도 많이 하는데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말을 잘 건네지 않는 성격 같기도 하고. 계상 오빠는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끔 서포트를 많이 해주는 스타일이었고요. 이번에 같이 작업한 강우 오빠는 '정말 배우다'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에요. 무척 진지하고. 근데 거의 밥을 같이 못 먹었어요. 오빠가 영화 '마린보이' 찍을 때 거의 닭가슴살 같은 것만 먹으면서 몸을 만들었대요. 그 영화 끝나고 바로 '오감도'로 넘어와서 식습관을 못 버린 거죠. 확실히 몸은 아주 좋더라고요."

2009년은 차수연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이번 '오감도'를 비롯해 '보트', '집행자', '요가학원'까지 무려 네 편에 출연했다. 요가학원은 6월말 촬영을 모두 마쳤다.

"올해는 대중과의 소통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인디영화에서 상업영화 쪽으로 넘어가는. 2010년엔 그 쐐기를 박아야겠죠. 연기든 얼굴이든 사람들이 '아, 저런 배우였구나'라고 느낄만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