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영화 트렌드는?

2억달러가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초여름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영화는 개봉일을 늦추는 등 변신로봇의 기세에 움찔한 양상이다. 최근의 이런 현상은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5년간 스타마케팅 전략의 실패, 투자자본의 감소 등으로 한국영화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위기탈출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자구책 차원에서 크게 3가지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벌떼 캐스팅:뭉쳐야 산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오감도'는 5편의 짧은 작품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다. 장혁 황정민 김강우 김수로 김민선 이시영 배종옥 등 주연급 배우만 10여명이 나선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차우'에서 괴수 멧돼지 체포조는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등 5명이다. 또 23일 개봉하는 '해운대'에도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 거물급이 대거 출연한다. 30일 개봉하는 '국가대표' 역시 하정우 김지석 김동욱 최재환 이재응 성동일 등이 '떼'로 나선다.

'벌떼 캐스팅'은 스타마케팅에 대한 반성의 산물이다. 몸값 높은 한두명의 스타에 의존하기보다는 신선한 소재와 완성도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위기에 공감한 배우들의 개런티 자진 삭감도 한몫하고 있다.

'오감도' 제작사는 "한국 영화를 살리자는 배우들과 제작진의 의지가 일군 성과다. 개런티보다는 의리와 정을 먼저 생각한 배우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멜로 영화의 쇠퇴

멜로 영화의 부진도 짚어봐야 한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멜로물이 스릴러에 밀리면서 편수가 줄기 시작했다. '6년째 연애중'(118만) '바보'(100만) '뜨거운 것이 좋아'(59만) 등이 명맥을 이었고, 하반기에 '미인도' '순정만화' '멋진 하루' '아내가 결혼했다'등 몇몇 작품들이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흥행은 '미인도' 정도만 성공했다

올해들어 이런 양상은 더 두드러졌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키친' '싸이보그 그녀' 등 편수도 줄었지만 흥행도 시원찮았다.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가 71만명으로 그나마 선전했지만 멜로의 대표 감독 곽재용 연출의 '싸이보그 그녀'는 2만명에 그치는 '굴욕'을 당했다.

관객들은 이제 식상한 멜로보다는 '새로운 뭔가'를 원한다. 올해 들어 근대 탐정물 '그림자살인', 코믹스릴러 '7급 공무원', 모성애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 신선한 소재의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방증이다.

▶대세는 마이너 영웅?

흥행에서 선전하고 있는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은 '그렇고 그런' 시골 형사다. 마누라에게 구박받고 적당히 때도 묻은 평범한 캐릭터다. 이런 인물이 희대의 탈주범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

'킹콩을 들다' 역시 상처를 지닌 역도부 코치와 시골 여중생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한국형 휴먼 재난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해운대' 역시 브루스 윌리스나 키아누 리브스같은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횟집주인, 이혼남 등 보통 사람들이 등장한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슈퍼맨같은 영웅보다는 나와 크게 다를바 없는 친근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며 "이런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더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