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리얼 괴수 어드벤처 '차우'

한국 최초의 '리얼 괴수 어드벤처'를 표방한 영화 '차우'가 8일 언론시사를 통해 그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산골 마을에 식인멧돼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살인 사건을 그렸다.

제작진은 식인멧돼지를 사실적으로 창조하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 '투모로우'와 '퍼펙트 스톰'의 CG(컴퓨터그래픽)를 담당한 한스 울릭에게 작업을 맡겼다.

그러나 메가폰을 잡은 신정원 감독이 이날 시사회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나 역시 CG에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듯 멧돼지의 사실성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영화는 괴수 어드벤처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몸개그'로 방향을 전환한다.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등 출연 배우들조차 예상 못한 부분이다.

전설적인 포수 천일만 역을 맡은 장항선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냥꾼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나야 하는 영화라 생각하고 몰입했는데 어느 순간 엉뚱하게 전개됐다. 이런 식의 영화는 별로 안해봤다. 감독은 얄밉도록 엉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소설 '노인과 바다'처럼 멧돼지와 사투를 벌이는 처절한 사냥꾼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코믹' 괴수 영화로 탈바꿈한 데 대한 놀라움이다.

멧돼지를 쫓는 시골 순경 역을 맡은 엄태웅 역시 "시나리오를 처음 받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현장에서 만들면서 새로운 장면이 많이 생겼다. '아, 감독님이 이런 코드를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촬영하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차우'는 할리우드 몬스터가 주는 시각적 쾌감과 극적 긴장감을 놓친 대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잔재미를 선사한다.

뜬금없이 포수 백만배(윤제문)와 생태 연구가 변수련(정유미)이 사냥을 떠나기 전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빵과 우유를 나눠먹는 장면, 멧돼지에게 쫓기는 절체절명의 순간 숲 속에 숨어있던 미친 여자에게 다리를 붙잡힌 형사가 바지를 벗고 도망가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영화는 16일 개봉한다.

< 권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