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폭풍 전야(前夜)

〈제12보〉(165~177)=창하오(常昊)와 마주칠 때면 언제나 장래 중국 바둑계를 이끌어갈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훤칠한 체격, 설득력 있는 언변에 진중함과 성실함도 몸에 뱄다. 생각이 깊어 주변에 신뢰감을 주는 능력에서 녜웨이핑(??衛平) 마샤오춘(馬曉春) 등 전대(前代) 1인자들을 압도한다는 평. 바둑 역시 30세를 넘기면서 완전히 물이 올랐다. 신언서판(身言書判) 요소를 두루 갖춘 그가 중국 리더로 자리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165는 중앙 흑 대마에 대한 보강책. 참고1도의 수순으로 전멸하는 수를 예방하고 있다. 166, 168은 171까지를 강요하며 선수(先手)로 백 대마를 연결해 가는 수순. 174까지 쌍방 지모를 다해 자기 돌을 연결해 갔다. 174로 '가'에 때려내는 것은 흑 '나', 백 174 때 손을 빼 흑 '다'로 가는 게 매우 크다.

174로 '라'에 단수치는 수는 없을까. 참고2도를 보자. 8까지, 우하귀에선 큰 수가 나지만 좌중앙 백 대마가 끊겨 소탐대실이다. 결국 176의 큰 곳을 차지해선 백 우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항상 잘 나갈 때 몸을 낮춰야 하는 법. 177로 움직인 순간 그 놈의 '감성'이 이번엔 백을 향해 악마의 미소를 날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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