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트랜스포머2'...제3의 감상법

영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 대한 반응은 둘로 나뉜다. "재미있다"와 "재미없다." 중간지대는 없다시피하다. 취향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양극화는, 위험을 무릅쓰고 단순화하자면, 영화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다. 오락이냐 예술이냐 하는 것이다. 한쪽은 볼거리를 중시한다. 다른 쪽은 스토리를 강조한다.

　국내 관객들의 평가는 단연 "재미있다" 쪽이다. 관객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개봉 첫날 관객 역대 1위(45만7600명), 하루 관객수 역대 1위(88만명)다. 또 전체 상영관의 60％를 장악했고, 관객 점유율은 80％나 된다. 로봇의 융단폭격, 문화적 폭력이라는 말이 터져나온다. 하긴 1편도 대성공을 거뒀다. 외국영화 역대 최다인 720만 명을 동원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주인공 샘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시작된다. 샘은 우연히 큐브를 발견하고, 그때부터 다시 거대한 전쟁에 휘말린다. 인류를 위협하는 디셉티콘과 인간 편에 선 오토봇이 필사의 대결을 벌이고, 샘은 오토봇과 함께 인류를 구원한다.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아찔한 속도감, 현란한 전투장면은 명불허전이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도 장관이다. 2억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표시가 난다. 2시간30분 동안 영화를 보고나면, 마치 굿판에 있다가 나온 듯하다. 감정표현까지 해내는 60여대의 로봇 캐릭터와 뉴욕, 프랑스, 이집트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전투들은 매력 만점이다. 산해진미로 가득한 성찬이어서 절로 배부르다.

　흥행 쓰나미 틈새로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 말고는 볼 게 없다는 이유다. 심지어 지루했다는 관객도 있다. 줄곧 시속 155km짜리 직구만 던져대는 투수와 같다는 것이다. 단조롭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역시 스토리 탓이다. 주인공 샘(샤아어 라보프)과 미카엘라(메간 폭스)는 뉴욕 거리를, 이집트 사막을 끊임없이 달린다. 그들은 왜 달리는 걸까. 영화는 분명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사실은 속도와 전투 신에 묻혀 희미할 뿐이다. 오토봇의 불분명한 정체성, 인물들의 단선적인 캐릭터, 우연의 남발 등도 지적된다.

　그러나 마이클 베이 감독은 메시지나 스토리에는 애초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한 인터뷰에서 "희생정신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지만, 그건 단지 대외용 멘트로 느껴진다. 대신 엄청난 물량공세와 스피드로 화면을 장악한다. 철저한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의 전략이다. 그 전략은 성공적이다. 올 여름 최고, 최강의 블록버스터로서 손색없다.

　이 영화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미덕이자 단점이다. 관객들은 속도를 따라잡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멍한 느낌이 들 정도다. 더위를 싹 잊는다. 반대로 영화의 내용을 되새김질하고 생각할 여유가 없다. 철학적인 블록버스터라는 찬사를 들었던 '다크나이트'를 새삼 거론할 이유는 없다. 처음부터 목표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2'는 영상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영화 '음란서생'의 몇몇 삽화들과 대비된다. '음란서생'에서는 한 선비가 쓴 음란소설이 대박을 터트린다. 기생을 비롯한 온갖 계층 독자들의 구독요청이 쇄도한다. 그러나 수요를 충당하지 못한다. 일일이 손으로 베껴야 하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2'는 그런 걱정이 없다. 해묵은 얘기지만, 대량복제 기술 덕분에 수백 개 극장에서 동시 상영이 가능하다.

　소설 자체와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근대소설은 묵독(소리내지 않고 글을 읽음)의 매체다. 눈으로 읽으면서 사색할 수 있고, 그래서 내면적이 된다. 일본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설명이다. 이젠 소설의 시대가 아니다. 영화같은 소설은, 영화가 나오면서 무의미해졌다.'트랜스포머2'와 같은 영화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트랜스포머2'는 21세기가 영상시대임을 재확인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