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흑(黑) 불계승

〈제14보〉(194~227)=허영호의 국내 랭킹은 지난 5월 10위였다가 6월 8위로 올랐으나 7월 12위로 4계단이나 내려갔다. 6월 한 달간 4승 4패의 5할 승부에 그쳤기 때문. 특히 바둑리그에서 아슬아슬한 분패가 속출, 그의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한 판의 승패에 점수가 크게 요동칠 만큼 상위권 기사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194로는 참고1도 1로 차단하고 싶은데, 흑 4때 후속수단이 두절된다. 8에 이르면 A와 B가 맞보기. 196까지 보강이 불가피할 때 197로 완전히 생환해 갔다(198로 199면 패가 되는 것 같지만 백이 연단수에 걸린다). 이것으로 완전한 역전. 기막힌 결말이다.

백은 아쉬움이 워낙 커 쉽게 돌을 거둘 수 없다. 200 이하 217까지는 어쨌든 확실한 선수(先手)행사. 221이 마지막 남은 큰 곳이다. 224가 이른바 옥쇄(玉碎)의 한 수. 참고2도 1 이하 12까지가 올바른 마무리인데, 그렇게 흑 돌들이 연결되면 우상귀 쪽 1선의 흑 공배들이 4집을 만들게 된다. 그게 싫어 백은 227로 224쪽 6점을 자청해 죽이면서 이곳에 뼈를 묻었다. 흑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