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바다보다 좋다면… 휴가 고민 끝! '영화제'로 떠나라

오늘이 7월 14일. 여름휴가지로 제주도나 강원도를 떠올리기엔 많이 늦었다. 그렇다면 충북 제천은 어떨까. 아니면 (심지어) 경기 부천은? 한여름 이 두 동네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대해 조금 예습을 해보자. 휴가지로 전혀 손색 없다. 충북 제천에서는 8월 13일부터 18일까지'제5회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경기 부천에서는 7월 16일부터 26일까지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각각 열린다. 아직도 휴가지 못 정한 '무계획' 당신, 영화제로 휴가 떠나라.

◆달은 청풍호에 뜨고

올해 다섯 번째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아름다운 풍광과 독특한 분위기 덕에 빠르게 이름을 알린 축제다. 충주 사람들은 충주호(충주댐 건설로 생긴 호수라서), 제천 사람들은 청풍호(충주댐 때문에 청풍면이 수몰돼서)라고 부르는 큰 호수 옆에 야외무대가 선다. 이곳에서 개·폐막식이 열리고 매일 저녁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해가 호수 서쪽으로 떨어지면 산 그림자가 수면 위에 내려오고, 라이브 음악 반주를 들으며 무성영화를 보다가 문득 고개 돌리면 달이 두 개. 하나는 산 위에, 또 하나는 물에 뜬다.

영화제 취지에 맞게 음악을 주제 또는 소재 삼은 영화들이 주로 상영되는 이 축제는 뮤지션들이 많이 찾는 영화제로도 이름났다. 한국서 돌풍을 일으킨 음악영화 '원스'가 2007년 이 영화제 개막작이었다는 사실이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내공을 가늠케 한다. 올해 개막작인 미국영화 '솔로이스트'는 삶에 지친 신문기자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우정을 다룬 작품. 제천의 대표 프로그램인 '시네마 콘서트'에선 독일 무성영화 '골렘(1920)'을 미국 기타리스트 게리 루카스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제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라이브 공연은 김창완밴드, 부활, W&웨일, 보드카레인, 말로, 전제덕 등의 뮤지션들이 차례로 이어간다. 공연은 자정에 끝나기도 하고 새벽 2시에 끝나기도 한다.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어 웬만한 음악 페스티벌 못잖다. 제천은 청풍리조트를 비롯해 관광호텔과 펜션들이 충분하고, 고속버스와 기차가 시내까지 연결된다. 제천의 명물인 곤드레밥과 '빨간 오뎅'도 인기다. 월악산, 의림지 등 주변 관광지도 많아 휴가지로 제격이다. 홈페이지 www.jimff.org

◆장맛비 뚫고 영화보는 재미

덜컥 이번 주말에 휴가 잡아놓고 갈곳 못 정했다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나들이가 꽤 재미있을 법하다. 매년 장마철에 열리는 부천영화제는 반바지에 샌들이나 장화 신고 '출·퇴근'하며 놀 수 있는 축제다. 부천영화제를 거의 매년 가다시피 했다는 가수 이한철은 "장마철에 열리는 것이 부천영화제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억수같이 퍼붓는 장맛비를 뚫고 극장에 들어서면 갑자기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순간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부천은 총 202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그 중 120편이 세계 또는 아시아에서 첫 상영되는 작품이다. 이 프리미어 편수는 전년보다 무려 150%나 늘어난 것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부천의 체질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개막작은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뮤'. 예매 시작 4분 만에 매진돼 그 인기를 실감한 작품이다. 공식 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의 장편 부문은 서양 6편과 동양 6편이 출품됐다. 대만 최초의 슬래셔 무비 '인비테이션 온리'와 예매 첫날 매진된 캐나다 영화 '폰티풀'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는 80년대 한국의 '18금' 영화들이 대거 소개된다. '무릎과 무릎사이(이장호)', '세번은 짧게 세번은 길게(김호선)', '적도의 꽃(배창호)' 등 개봉 당시 큰 화제가 됐던 영화들이다. 영화 상영 외 이벤트도 다양하다. 특히 23일 부천시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음악 팬들을 위한 다큐멘터리 '반드시…'를 상영한 뒤 인디밴드 타바코쥬스의 공연이 이어지는 무대다. 홈페이지 www.pif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