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대회도 한번 이상 우승해보고 싶다"

―상반기 기록부문 3관왕을 차지한 김지석은 아직 국내 제패도 못 이뤘고, '세계챔프' 강동윤은 다승 30위권 밖에 있다. 큰 승부에 집중하는 편인가? 동갑내기인 김지석을 라이벌로 의식하는지?

"큰 대회라고 더 집중하는 건 없다. 예전부터 지석이가 잘 둔다고 생각해왔다. 어릴 때 내가 성적은 다소 앞섰지만 내용은 항상 힘들었다. 올해 안에 지석이도 타이틀 하나쯤 따지 않을까. 동년배 젊은 기사들은 모두가 라이벌이다."

―지난해 가을 마인드스포츠 대회 때 구리(古力) 리저(李喆) 등 거물들을 꺾고 사실상 첫 세계제패를 이뤘었다. 그때와 이번 대회를 비교한다면?

"우승까지의 난이도는 마인드스포츠가 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대회는 국가대항전 성격이 강해서, 박정상 九단을 꺾고 우승했을 때 세계제패를 이뤘다는 감격은 없었다."

―총 7회째 우승인데 앞서 거둔 5차례 패권은 모두 속기(速棋)전이었다. 제한시간에 대한 생각은?

"과거엔 긴 시간 바둑서 형세가 나빠지면 잘 포기했었다. 이 점을 고치면서 요즘엔 긴 바둑을 더 선호한다. 1인당 2~3시간짜리가 가장 편하다. 일본식 8시간짜리는 너무 힘들 것 같고."

―국내 랭킹 2~3위를 오가고 있다. 이세돌이 휴직 중이고, 이창호는 이번 후지쓰배서 꺾었다. 1위 욕심이 날 만도 한데.

"순위가 높을수록 졌을 때 실점도 커서 높은 랭킹은 부담스럽다. 세계대회 출전권이 확보되는 순위만 확보되면 만족이다."

―어렸을 때 게임에 빠져 주변에 걱정을 끼쳤다더라. 요즘 공부 방식은?

"(다소 발끈한 목소리로) 게임은 요새도 한다. 나도 이제 그 정도는 알아서 할 나이다. 공부는… 이영구 박정환 사범과 인터넷서 함께 포석 연구를 하는데 크게 도움된다."

―후배들의 추격도 신경 쓰일 것 같다. 가장 주목하는 후배는 누구?

"박정환(16) 四단이 강하다. 수읽기 형세판단 모두 뛰어나다. 다른 후배들과는 대국 기회가 별로 없어 아직 잘 모르겠다."

―후지쓰배 기간에 주장이 빠져 바둑리그 소속 팀이 분패했더라.

"현지에 노트북을 가지고 가 관전하면서 열심히 응원했다. 후지쓰 결승 전날이었는데 이원도 선수가 질 수 없는 바둑을 져 안타까웠다. 만회하는 마음으로 팀 우승에 온 힘을 쏟겠다."

―앞으로의 소망은?

"다른 세계대회도 한 번 이상씩 우승해봤으면…. 하지만 이창호 이세돌 사범님이 한때 이뤄냈던 동시 4~5관왕은 지금 내 실력으론 불가능하다. 한 걸음씩 꾸준히 다가가고 싶다."

―최철한 九단은 잉씨배 우승 후 먼저 여자친구에게 전화했다더라. 강 九단도 그랬겠지?

"부모님 외엔 친한 후배기사와 통화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여자친구가 있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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