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적중(的中)한 옛말

〈총보〉(1~227)=엎치락뒤치락 끝에 승리는 허영호가 가져갔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란 말이 있지만, 그 말이 바둑만큼 잘 어울리는 동네도 없을 것이다. 창하오로선 원통한 한 판. 특히 그는 이 바둑에서 58, 92, 138 등 잇달아 묘수를 터뜨리고도 바둑은 패했다. '묘수 세 번 내면 그 판은 진다'는 기언(棋諺) 그대로다. 옛말 치고 그른 건 하나도 없다고나 해야 할까.

몇 차례 역경 속에서도 꾸준히 반격을 노리고,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목표물을 명중시킨 허영호의 솜씨는 노련한 사냥꾼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침착함과 뱃심, 찬스 포착 능력 등 모든 면이 1류 반열에 올랐음이 이 판을 통해 입증됐다. 최근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창하오와의 첫 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점도 앞으로 자신감 측면에서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허영호는 그러나 16강전에선 조선족 중국기사 퍄오원야오(박문요·朴文堯)에게 분패,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끝으로 지면 관계로 못 실었던 참고도 하나를 추가한다. 155로 1에 잇지 못한 것에 대한 설명이다. 10까지 좌중앙 대마가 패(覇)에 걸리게 되므로 흑으로선 택할 수 없는 그림. (104 110…100, 107…101, 112…98, 227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8분, 흑 2시간 55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