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영화 '해운대'로 3년만에 복귀

영화배우 박중훈이 돌아왔다.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이후 3년만의 스크린 복귀다. 부산을 물바다로 만드는 예고편으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를 통해서다.

'아버지 잃은 슬픔' 떠올리며 연기

CG보다 이야기에 관심 가졌으면…

▶"아버지 잃었을 때의 슬픔으로 연기했다."

박중훈은 "촬영으론 2년인데 개봉은 3년만이다. 중간에 '박중훈쇼'를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엔 한 작품"이라며 "여러 곳에서 캐스팅 제의가 있었지만 좋은 작품이 없어 기다리다 결국 3년이 지났다"고 했다.

3년만에 박중훈이 선택한 '해운대'는 부산 앞바다로 시속 800㎞의 초대형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한국형 재난 영화.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박중훈은 대마도에 지진이 발생하면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 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국제해양연구소 지질학자 김휘 역이다. 우려하던 쓰나미가 닥치자 이혼한 전 부인(엄정화)과 일곱살 딸을 구하려는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와 가족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겪진 못했지만, 아버지를 잃었을 때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 때의 슬픔과 공포를 유추해 연기를 했는데 촬영장에서 눈물을 흘린 게 기억납니다."

▶"'해운대'는 CG보단 이야기 때문에 선택."

'해운대'는 CG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촬영 후 입힐 쓰나미 CG를 위해 스튜디오 블루매트 앞에서 물이 몰려온다고 가정하고 연기를 해야만 했다.

"합판을 마주 보면서 연기를 하는데 몰입과 자기최면이 중요했어요. 상대 배우의 눈을 보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상상으로 연기하니까 훨씬 어려웠죠."

할리우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는 박중훈이지만 CG를 위한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투박하던 1980년대 충무로 제작 시스템부터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끈 기획영화 시스템, 영화 선진국인 미국 할리우드 방식까지 경험한 박중훈이었지만 CG연기가 만만치 않았나보다.

"미국에서 CG 촬영을 하는데 촬영과 CG팀이 프로답게 양쪽 분야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진행이 착착 이뤄집니다. 다시 한번 할리우드의 합리를 느꼈어요."

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해운대'의 CG에 주목하는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해운대'는 이야기에 과학이 보태진 영화입니다. 글에 내용과 글씨체가 있다면 이야기가 내용이고 CG는 글씨체일 뿐이죠. 미국에선 CG 자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내용만 따지는데, 우리는 아직 과학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해운대'이후 한국영화가 더이상 CG 때문에 관심 받는 게 아니라 이야기만으로 승부하는 상황이 되길 바랍니다." CG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박중훈은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박중훈쇼' 10~20년 후쯤에 다시 하고 싶다."

정통 토크쇼를 표방하고 야심 차게 출발한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KBS2ㆍ이하 박중훈 쇼)은 장동건 김태희 정우성 이병헌 송윤아 이미연 등 화려한 게스트로 눈길을 끌었지만 결국 조기종방이란 아픔을 맛봐야 했다.

"박중훈은 '박중훈 쇼'의 실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진행자였던 나에게 50％ 이상의 책임이 있어요. 아무래도 아쉬움이 크지만 후회는 없어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고, 만약 지금 다시 하라면 전보다 더 잘 할 순 있겠지만, 더 열심히 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박중훈은 20대부터 토크쇼 진행을 열망했다. 관록이 쌓인 40대가 되면 토크쇼에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박중훈쇼'의 실패가 아쉬움이 큰 이유다

"당장은 토크쇼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도 10~20년 정도 시간이 지나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그때 쯤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