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험공사가 지난해 11월 영화에 6억원을 지원했다가 이후 제작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떼일 위기에 놓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또 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선수금 사본 등 위조된 서류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조폭마누라'를 제작했던 H영화사 대표 L씨는 지난해 유명 P 감독의 새 영화 '추방'을 제작키로 하고, 수출보험공사로부터 6억원을 타냈다. 이 과정에서 L씨는 자신과 절친한 인기배우 C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일본인여성 야마노사치코로부터 7000만원을 빌리고, 일본 와이드재팬의 PD 미무라와 영화수출 계약서류를 작성했다.
하지만 선수출계약금 명목으로 사용된 돈을 빌려줬던 일본인 여성이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며 L씨를 경기 분당경찰서에 사기혐으로 고소장을 내면서 불거졌다. 이 사건은 경찰조사를 거쳐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L씨가 처음부터 수출보험공사 돈을 지원받기 위해 사전 각본에 따라 선수금 관련서류를 제출한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수출보험공사 측은 문화수출보험제도를 통해 지원한 돈이 영화제작에 투자되지 않자 H사와 L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절차를 밟고 있다.
문화수출보험제도는 수출보험공사가 국내 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제도로, 지난해 심형래 감독 작품 '라스트캇파더'를 첫 지원작으로 선정해 제작비 최대 70％(140억원)을 보장하기로 하는 등 올해 800억원의 지원이 예정돼 있다.
수출보험공사 측은 그러나 영화 흥행성이나 제작사의 실적 등을 고려해 외부전문자문단이 지원을 결정하고 금융기관을 통해 정상적으로 지원됐기 때문에 서류가 가짜인지의 판단여부는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시 담당을 맡았던 N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여러편의 작품지원을 통해 국내 영화발전에 기여했다. 경찰이 현재 조사중인 고소건은 영화제작을 둘러싸고 일부 이해당사자들이 감정싸움을 하면서 복잡하게 꼬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수출공사 지원보증에 따라 돈을 지불한 해당 은행(신한은행 서울 강남 H지점)은 지난 4월 이 건을 이미 사고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H사는 한달 앞선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지난 6월8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또다시 총 6억원(현금 4억원, 촬영장비 등 실물 2억원)의 제작지원금을 신청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씨는 또다른 영화 투자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영화감독 H씨와 영화 '주문진'을 공동제작하면서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0월 강릉시청으로부터 총 5억원중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작품도 크랭크 인이 계속 늦어지면서 강릉시청이 가압류를 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강릉시청 문화담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문제가 생겨 L씨가 모 방송사의 이름을 건 '마당놀이'에 가압류를 한건 사실"이라면서 "현재로선 영화가 크랭크인에 들어가야 나머지 금액을 계속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L씨는 영화계에서 나름 화제작을 낸 영화인이지만 이 두 사건에 연달아 휘말리면서 영화제작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한편 L씨와 함께 영화 제작 및 투자에 관여했던 H영화사 전 부사장 김명수씨(현 영화사 스타에이치 대표)는 "정부 공기업의 투자금까지 법정관리를 통해 해소하려는 의도가 솔직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