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역사적 대국'

〈제1보〉(1~11)=이세돌은 예전부터 바둑계의 '폭탄'이었다. 그가 가는 곳엔 항상 이야깃거리가 흘러넘쳤다. 올 들어 이세돌은 아예 '핵폭탄'으로 변신했다. 메가톤급 화제가 연일 터지는 가운데 그의 이름 석 자는 연일 대서특필됐고, 인터넷 사이트엔 수백 건의 댓글이 폭주했다. 이 판은 그에 대한 프로기사회의 '조치' 결의, 본인의 '휴직' 선언의 딱 중간 지점에서 두어졌다. 승패를 떠나 결코 버릴 수 없는 '역사적 한 판'이다.

홀짝을 맞힌 쿵제(孔杰)가 즉각 흑돌을 가져간다. 선착(先着) 핸디캡이 자국보다 1집이나 적은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7까지는 너무도 자주 보는 진행. 8이 '최신 버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고도 10까지의 변화가 양국 바둑계에서 숱하게 반복됐었다. 프로들의 연구열은 대단해서 완벽한 결론이 날 때까지 끝없이 매달리던데, 이젠 답이 나온 것일까.

백 2를 놓는 데 3분 가까이 걸렸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시간. 한데 그게 평소보다 월등하게 길다. 9의 걸침 방향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한국기사들은 대개 10쪽에서 걸쳐가는데 중국은 9가 많다. 선악은 확실치 않다. 함께 어울려 검토하고 대국하다 보면 국가별로 동아리끼리의 공감대 같은 게 형성되는 모양이다. 11 때 백의 다음 선택은 '가'와 '나' 둘 중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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