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식인 멧돼지 추적… 식은땀 대신 웃음만

'식인 멧돼지와 5인 추격대의 사투'를 그린 '괴수 어드벤처'라더니, 멧돼지를 소재로 한 코미디였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차우'는 스릴러와 어드벤처, 휴먼드라마와 코미디를 뒤섞으려 했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한 멧돼지가 집채만 한 몸집을 내달리는 장면은 따분하고, 주연배우들이 엉뚱한 행동을 하는(CG가 필요없는) 장면들에서 실소(失笑)가 흘러나왔을 뿐이다.

삼매리라는 마을에서 연달아 참혹한 시신들이 발견된다. 경찰은 이것이 사람 아닌 산짐승의 소행인 것을 알아낸다. 베테랑 포수였던 천일만(장항선)도 손녀를 이놈에게 잃고는 식인 멧돼지의 짓임을 알아챈다. 경찰이 부른 포수 백만배(윤제문)는 멧돼지 사살에 성공하지만, 가장 덩치 크고 잔인한 멧돼지는 아직 살아 있었다. 이들 추격대에 김 순경(엄태웅)과 동물 연구가 변수련(정유미), 신 형사(박혁권)가 가세한다.

독창적이고 재치 있는 장편 데뷔작 '시실리 2㎞'를 선보였던 신정원 감독은 이번에도 차라리 코미디를 내세우는 게 나을 뻔했다.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 하는 초반부 코미디는 상당히 좋다. 감독의 슬랩스틱 감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후 이 영화의 유머는 종종 썰렁하고 지루하다. 이를테면 펄펄 끓는 찌개 냄비에 활어(活魚)를 통째로 넣어 산지사방 국물이 튀는 장면은, 영화에 지우기 힘든 얼룩을 남긴다. 얌전하던 여자가 갑자기 소주병으로 옆 테이블 손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 백 포수와 동물 연구가가 계단에 앉아 빵과 우유를 나눠 먹는 장면들은, 엉뚱한 장면을 삽입하고야 말겠다는 감독의 이상한 집착으로 읽힌다. 굳이 노(老)포수의 손녀를 희생시키고는 포수의 분노와 복수심은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영화 막바지 멧돼지에게 주인공들이 일방적으로 쫓기는 장면은 꽤 박진감 있게 흘러간다. '인디아나 존스' 식의 이런 연출만 잘 살렸어도 영화는 훨씬 나아졌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카피도 이렇게 바꾸는 게 나았겠다. '좌충우돌 5인방의 식인 멧돼지 대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