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선택] 더 강해진 적들, 더 깊어진 로맨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15일 개봉)'는 이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다. 어린아이의 신기한 눈으로 마법학교를 바라보던 눈망울은 어느새 성인의 시선이 됐다. 마법학교 안은 어느덧 헤르미온느(엠마 왓슨)와 론(루퍼트 그린트), 론의 여동생 지니(보니 라이트)와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사춘기의 로맨스를 펼치는 장소가 되었고, 죄수를 지키는 디멘터들조차 넘보지 못했던 학교 안으로 악한 마법사 볼드모트를 추종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침입한다.

이 시리즈는 여러 명의 감독이 잇따라 연출을 맡으면서 매번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왔지만 더 이상 외적인 볼거리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1편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퀴디치 경기는 이번에 론을 새로운 영웅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나 마법 활공의 진기함은 사라진 지 오래고, 해그리드가 키우는 괴물 친구들도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런던 밀레니엄 브리지를 무너뜨리는 장면은 이전에는 없었던 악의 파괴력을 과시하지만, '엑스맨'과 같은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에서 익히 본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은 특수효과를 활용한 놀라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점보다는, 정의감에 사로잡힌 영웅담과는 다르게 어린아이의 눈으로 마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동심에 호소해 왔다는 데 있다. 그러나 주요 캐릭터의 죽음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마법은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부모의 죽음 이후 다시 뜻밖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해리의 고통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것이 난제이다.

가장 아쉬운 흐름 중의 하나가 제목이 내걸고 있는 '혼혈왕자'에 관한 것이다. 원작에서 '혼혈왕자'는 일종의 맥거핀(줄거리와 상관없이 시선을 끄는 장치)으로 시종일관 이야기를 이끌고 다니며, 소년과 소녀들을 비밀스러운 사립탐정으로 만든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혼혈왕자가 공부한 마법 책을 지니게 된 해리와 친구들은 의례적인 호기심 이상을 발휘하지 못한다. 혼혈왕자의 정체는 결말을 통해 쉽사리 드러난다. 스릴러의 미로와 같은 이야기도, 죽음을 둘러싼 공포도 깊숙이 다루지 않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이 시리즈가 쌓아온 토대를 무너뜨리지 않는 수준에서 사춘기의 들뜬 기분과 키스 장면을 강조하며 지나간다.

시리즈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두 편의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최후의 비장미를 영화라는 축약본으로 마무리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모양이다. 그런데 축약의 어려움은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도 마찬가지로 노출된다. 매번 그랬듯이 새로 부임한 '교수'(이번에는 슬러그혼이다)가 문제를 일으키고, 스네이프 교수의 이중적인 모습이 흥미를 자극하지만 무난한 전개를 선택하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벌써 6번째 '해리 포터' 아닌가. 전체 시리즈로는 이야기의 절정기이지만 어느덧 자연발생적인 곡선을 지켜보도록 만든다. 그게 시리즈의 무서운 마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