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기자의 시사회 리뷰] '해운대'

'한국형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로 관심을 모았던 '해운대'가 16일 시사회를 통해 그 베일을 벗었다.

130억원이 투입된 대작 '해운대'는 진작부터 CG(컴퓨터그래픽)로 구현한 쓰나미의 완성도에 관심이 쏠렸다. 2억 달러(약 2500억원)를 투입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15일 개봉한 '차우'(감독 신정원)가 '부실 CG'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라 '해운대는 과연?'에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다.

후반부 약 30분간 등장하는 쓰나미 CG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부분적으로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스타워즈' '퍼펙트스톰' 등에 참여했던 할리우드의 CG프로듀서 한스 울릭과 국내 모팩스튜디오가 구현해낸 쓰나미는 클라이맥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드라마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윤제균 감독은 "쓰나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쓰나미도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웅이 등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할리우드 기본틀을 벗어나고 싶었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해운대'는 재난 영화에 앞서, '휴먼 코믹'의 전형을 보여준다.

상가번영회장 만식(설경구)과 횟집을 하는 연희(하지원), 지질학자 김휘(박중훈)와 전처 유진(엄정화), 구조대원 형식(이민기)과 휴가차 놀러온 희미(강예원) 등 세 쌍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희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만식의 연희에 대한 희생적인 사랑, 떨어져살다 처음 만난 딸을 구하기 위한 박중훈의 사투, 우연히 만난 사랑에 목숨을 거는 형식의 순수함은 다소 신파적이긴 하나 객석에 '눈물의 쓰나미'를 몰고 온다. 윤제균 감독의 특기인 코믹 코드는 감초 연기자 김인권 등을 통해 곳곳에 깔려 있어 긴장의 고저를 조절한다.

윤감독은 평소 "한국영화가 테크놀로지를 외면한다면 할리우드의 기세에 영원히 눌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심형래 감독의 '디워'가 할리우드 방식으로 할리우드에 도전했다면, '해운대'는 잠깐 숨을 돌려 우리 현실에 맞는 테크놀로지 접합법을 실험한 작품으로 기록될만하다.

JK필름, CJ엔터테인먼트 제작.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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