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중앙의 폭탄

〈제4보〉(39~53)=쿵제(孔杰)는 구리(古力)보다 한 살 많은 27세. 구리를 제치고 중국 랭킹 1위에도 몇 차례 올랐었다. 현재는 천야오예(陳耀燁)와 동률 2위에 랭크돼 있다. 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했는데 올 들어 삼성화재배 준우승, TV 아시아 우승 등 폭발하기 시작했다. 준수한 용모로 한국에도 여성 팬들이 꽤 많다. 초반에 집을 챙긴 뒤 중·종반 타이트한 수비로 승리를 굳히는 기풍이다.

39로 쌍립을 섰다. 또 한 번 '5급 바둑'처럼 고지식해 보이지만 두터운 정수. 참고도 1이 그럴듯한데, 이 형태는 백 A가 언제건 선수여서 흑 B의 돌파가 불가능하다. 백 4까지를 상정하면 흑이 얻은 땅보다 잃은 땅이 훨씬 넓다. 39로 40을 강요한 뒤 41을 선점한 호흡은 음미할 만하다.

백이 42로 깊숙히 침투한 것은 불리함을 의식했다는 증거. 한 칸 좁혀 '가'로 가지 않은 이 수가 중앙의 폭탄으로 남게 됐다. 여기서 쿵제는 이 바둑 최장고(25분)를 거친 뒤 43에 씌웠다. 49의 차단과 상변으로의 전개를 맞보고 있다. 백이 47까지 응급조치 후 48로 상변을 택하자 기어이 49가 떨어졌다. 50은 축을 의식한 착점이지만 결과적으로 악수. 53에 붙여 중원의 패권을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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