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당신 '삶의 무게'는 몇kg 입니까?
입력 : 2009.07.20 14:52
< 킹콩을 들다>
"내일 너희가 들어야 할 역기는 살아온 삶의 무게보다 훨씬 가벼울 것이다."
영화 '킹콩을 들다'에 나오는 대사다. 시골 여중 역도코치 이지봉(이범수)이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슬픔의 힘으로 꿈을 이루라는 주문이자 응원가다. 10대 소녀들에게 하는 말 치고는 무겁고 어둡다. 단번에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킹콩을 들다'는 상처를 안고 사는 역도 코치와 소녀 역사들의 눈물과 땀, 꿈과 우정을 이야기한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15개 중 14개를 휩쓴 순창여고 역도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겹쳐진다. 역도와 핸드볼이라는 비인기종목을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또 상처투성이인 선수들의 진한 우정과 열정, 도전정신이 전면에 펼쳐진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휴먼드라마다. 씨름을 소재로 했던 '천하장사 마돈나'와도 비숫한 맥락이다.
인물들의 삶은 팍팍하고 고단하다. 이지봉은 부상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놓쳤다. 은퇴한 뒤엔 나이트클럽 삐끼로 흘러다녔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영자는 고아고, 뚱뚱한 순정파 현정은 왕따다. 여순의 엄마는 아프고, 민희는 외톨이다.'우생순'은 아줌마들이 주역이었다. 삶의 절박함이 강하게 묻어났다. 실업자 남편과 빚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감독에서 선수로 강등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고, 애 낳고 3주만에 경기에 뛰어야 했다. 그러나 코치도, 소녀들도, 아줌마 선수들도 좌절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들의 안타깝고, 안쓰럽고, 힘겨운 몸부림을 따라간다. 고난 극복 과정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스포츠영화는 대개 흥행에서 고전한다. 스포츠 자체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는 없기 때문이다. '우생순'이 기록한 410만 명이 역대 최고였다. 그래서 스포츠영화는 경기장 밖, 사람들 얘기에 초점을 맞춘다. 80년대 섹시스타 미키 루크가 재기작으로 열연해 화제를 모았던 '더 레슬러'가 좋은 예다.
'킹콩을 들다'도 이러한 관습을 따라간다.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지봉은 은퇴 후 방황을 거듭한다. 전 코치가 마련해준 보성여중 코치로 부임한다. 우여곡절 끝에 6명의 소녀들로 팀을 꾸린다. 이지봉과 소녀들이 만나고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소개되는 과정이 1부라면, 혹독하면서도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훈련 장면과 이를 통해 꿈을 펼쳐가는 과정이 2부를 이룬다.
'킹콩을 들다'와 '우생순'의 라스트 신. 금메달 여부가 결정되는 장면이다. 영자는 무려 5kg을 추가해 바벨을 든다. '우생순'에서는 최후의 슈팅을 날린다. 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멎는다. 둘 다 정지화면. 승부 결과는 모른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 이들 영화의 메시지가 있다. 금메달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흘린 땀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킹콩을 들다'의 장점 중 하나는 유머다. 인물들끼리 치고받는 대사가 유발하는 웃음이 맛깔스럽다. 대회에 첫 출전한 현정이 똥을 싸는 장면은 실감난다. 코믹함이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후반부 휴먼 드라마의 무거움을 덜어낸다. 영화는 사실 정교하지 않다. 악역으로 배치한 고교 교사는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교장과 교감 캐릭터도 비현실적이고, 사투리는 어색하다. 그러나 꿈을 향한 소녀들의 뜨거운 열정이 이 단점들을 충분히 덮어준다.
이지봉은 수 차례 강조한다. "동메달을 땄다고 그 인생까지 동메달인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가치있는 것이며 금메달 인생이다." 이 말은 그 자신에게, 어린 역도소녀들에게 바치는 헌사가 된다. '킹콩을 들다'는, 어린 소녀들이 안간힘으로 바벨을 들어올리듯, 시대의 삭막함을 뚫고 솟아오르는 따뜻한 샘물 같은 영화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내일 너희가 들어야 할 역기는 살아온 삶의 무게보다 훨씬 가벼울 것이다."
영화 '킹콩을 들다'에 나오는 대사다. 시골 여중 역도코치 이지봉(이범수)이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슬픔의 힘으로 꿈을 이루라는 주문이자 응원가다. 10대 소녀들에게 하는 말 치고는 무겁고 어둡다. 단번에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킹콩을 들다'는 상처를 안고 사는 역도 코치와 소녀 역사들의 눈물과 땀, 꿈과 우정을 이야기한다. 2000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15개 중 14개를 휩쓴 순창여고 역도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그래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겹쳐진다. 역도와 핸드볼이라는 비인기종목을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또 상처투성이인 선수들의 진한 우정과 열정, 도전정신이 전면에 펼쳐진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휴먼드라마다. 씨름을 소재로 했던 '천하장사 마돈나'와도 비숫한 맥락이다.
인물들의 삶은 팍팍하고 고단하다. 이지봉은 부상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놓쳤다. 은퇴한 뒤엔 나이트클럽 삐끼로 흘러다녔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영자는 고아고, 뚱뚱한 순정파 현정은 왕따다. 여순의 엄마는 아프고, 민희는 외톨이다.'우생순'은 아줌마들이 주역이었다. 삶의 절박함이 강하게 묻어났다. 실업자 남편과 빚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감독에서 선수로 강등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고, 애 낳고 3주만에 경기에 뛰어야 했다. 그러나 코치도, 소녀들도, 아줌마 선수들도 좌절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들의 안타깝고, 안쓰럽고, 힘겨운 몸부림을 따라간다. 고난 극복 과정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스포츠영화는 대개 흥행에서 고전한다. 스포츠 자체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는 없기 때문이다. '우생순'이 기록한 410만 명이 역대 최고였다. 그래서 스포츠영화는 경기장 밖, 사람들 얘기에 초점을 맞춘다. 80년대 섹시스타 미키 루크가 재기작으로 열연해 화제를 모았던 '더 레슬러'가 좋은 예다.
'킹콩을 들다'도 이러한 관습을 따라간다.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지봉은 은퇴 후 방황을 거듭한다. 전 코치가 마련해준 보성여중 코치로 부임한다. 우여곡절 끝에 6명의 소녀들로 팀을 꾸린다. 이지봉과 소녀들이 만나고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소개되는 과정이 1부라면, 혹독하면서도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훈련 장면과 이를 통해 꿈을 펼쳐가는 과정이 2부를 이룬다.
'킹콩을 들다'와 '우생순'의 라스트 신. 금메달 여부가 결정되는 장면이다. 영자는 무려 5kg을 추가해 바벨을 든다. '우생순'에서는 최후의 슈팅을 날린다. 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멎는다. 둘 다 정지화면. 승부 결과는 모른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 이들 영화의 메시지가 있다. 금메달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흘린 땀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킹콩을 들다'의 장점 중 하나는 유머다. 인물들끼리 치고받는 대사가 유발하는 웃음이 맛깔스럽다. 대회에 첫 출전한 현정이 똥을 싸는 장면은 실감난다. 코믹함이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후반부 휴먼 드라마의 무거움을 덜어낸다. 영화는 사실 정교하지 않다. 악역으로 배치한 고교 교사는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교장과 교감 캐릭터도 비현실적이고, 사투리는 어색하다. 그러나 꿈을 향한 소녀들의 뜨거운 열정이 이 단점들을 충분히 덮어준다.
이지봉은 수 차례 강조한다. "동메달을 땄다고 그 인생까지 동메달인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가치있는 것이며 금메달 인생이다." 이 말은 그 자신에게, 어린 역도소녀들에게 바치는 헌사가 된다. '킹콩을 들다'는, 어린 소녀들이 안간힘으로 바벨을 들어올리듯, 시대의 삭막함을 뚫고 솟아오르는 따뜻한 샘물 같은 영화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