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독일 과격 테러집단 '적군파' 이념은 간데없고 액션만 넘치네

1970년대 독일의 과격 혁명단체 적군파(RAF·Rote Armee Fraktion)를 소재로 한 영화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3일 개봉할 '바더 마인호프'는 호기심과 긴장감을 동시에 주는 작품이다. 적어도 러닝타임 2시간30분 중 초반 1시간 정도까지는. 이후 이 영화는 솥뚜껑 열고 지은 밥처럼,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데 맛은 없는 이상한 작품이 돼버린다.

1967년 이란의 친미군주 레자 팔레비 왕의 서독 방문 때, 항의시위를 하던 대학생 한 명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진다. 이를 계기로 서독 내 학생운동에 불이 붙고, 서독에서 미국의 흔적을 완전히 제거하기를 꿈꿨던 젊은 혁명가 안드레아 바더(모리츠 블리입트로이)와 좌파 언론인 울리케 마인호프(마르티나 게덱)를 중심으로 '바더―마인호프 그룹'이 결성된다. 이들은 백화점에 폭탄을 설치하고 우익 언론사를 습격한다. 1970년 결성된 적군파는 이후 급속히 과격해지며 은행을 습격하고 폭탄테러를 일삼다가 결국 민간항공기를 납치하기까지 이른다.

독일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라는 2000만유로(약 355억원)를 들인 이 영화는 '스펙터클이 화려한 정치영화'가 됐다. 기획단계에서 뭔가 중요한 나사가 잘못 끼워진 셈이다. 첫 장면에서 남녀노소의 알몸이 적나라한 누드비치는 '역사상 가장 과격했던 히피'였던 적군파에 대한 적절한 묘사였다. 청년들의 울분이 폭발하며 핑크 플로이드의 절규 섞인 음악이 들릴 때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이들이 "우리는 충돌을 최고의 정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적군파를 건설한다"고까지 주장했는지 설명이 너무 빈약하다.

애당초 적군파라는 몽상가적 테러집단을 소재로 삼은 것이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연출자 울리 에델 감독에겐 무리였는지 모른다. 적군파 내부의 갈등과 개개인의 번뇌까지 모두 담기엔 그의 내공이 달린다. 그래도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건 수많은 액션 장면 덕분이니, 이 영화만 보고 적군파를 아는 척하는 사람도 꽤 생길 것 같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체 게바라 티셔츠 한 장만 사 입으면 남미 해방을 운운하는 시대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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