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맛따라] “손님 많고, 강원도 인심 여전하고”

‘유영순표’ 식당
양지말 화로숯불구이의 진짜 원조

‘뽕밭이 변하여 바다가 된다(桑田碧海)’고 했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하오안리. 이 마을이 바로 그런 경우이겠다. 양평~홍천~인제를 잇는 44번 국도가 달리고 있는 이 마을, 7개 대형 업소에서 뿜어내는 고기 굽는 연기는 온 마을이 불이라도 난 듯 보이게 한다. 지나는 길손들의 침샘까지 자극하는 고소한 구이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는 하오안리, 이곳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들판 한가운데 위치한 작고 한적한 마을이었다.

지금은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양지말 화로숯불구이(033-435-7533)’의 전명준(全明俊·52) 대표는 젊은 시절 몇 번의 사업 실패와 그로 인한 건강악화로 고향 마을인 이곳 하오안리로 내려왔다가 참숯의 효능을 알게 되었고 부인 유영순(劉永順·53)씨의 제의로 참숯구이를 고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골 고향집 우사(牛舍) 한쪽에다 비닐 천막을 치고 고기를 굽기 시작한 것이 ‘화로숯불구이’의 시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홍천을 뛰어 넘어 국내 최고의 맛을 선보이고 있는 화로숯불구이지만 그 시작은 이렇게 미약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양지말 화로숯불구이’의 ‘양지말’은 ‘양지 바른 마을’의 줄임말인데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 버렸다. 홍천군청에서 펴낸 홍보자료에도 ‘하오안리 먹거리촌’이 아니라 ‘양지말 먹거리촌’이다. 양지말이 마을 이름으로 둔갑한 것이다. 그만큼 양지말이 유명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로숯불구이는 돼지고기의 삼겹살을 열 가지도 넘는 양념을 섞어 재운 뒤 숙성기간을 거친 다음, 큰 무쇠 화롯불에 담긴 참나무숯에 구워 먹는 음식이다. 육질이 부드럽고 연한 최상급의 돼지고기만을 엄선해서 묵은 고추장과 토종 벌꿀 등 알맞은 비율의 양념과 섞인 돼지고기에서는 사람들의 후각과 식성을 거역하는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제거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양지말 화로숯불구이의 특징이자 자랑으로, 이 업소가 지금처럼 크게 성공한 비결의 하나라고 한다.

이 업소의 무쇠 화로는 엄청나게 크다. 그래서 강렬한 참숯불에 고기는 안팎이 타지 않는 상태에서 즉각 익혀지며 신선한 맛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리비법에다 어려웠던 창업 초기, 손님들을 대하던 지극정성, 그때의 초심 그대로 식당을 운영한 결과 연간 다녀가는 손님이 40만 명을 돌파한다는 통계다. 휴일이면 80명의 종업원이 종사해야 하고 식탁 300석이 넘는 대형 식당인데도 바쁜 주말 어떤 날에는 번호표를 받아 들고 식탁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란다.

20년 전통을 눈앞에 둔 식당인데도 안주인 유영순씨는 아직도 주방을 비우지 않고 손님들이 원하는 바로 그 맛을 끊임없이 창출해내고 있다니 손님들에게는 감동 그 자체일 수밖에 없겠다. 더욱이 아무리 많은 단체손님의 예약이라도 식탁 위의 기본 반찬은 손님이 식탁에 앉은 다음에야 차려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니 그 배려가 놀랍기도 하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운영을 해온 양지말 화로숯불구이는 어렵고 가난했던 작은 시골 마을을 풍요롭고 잘사는 마을이 되게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땀 흘려 번 돈을 지역사회로 크게 환원하는 일로 지역사회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고 있다. 홍천군에서 지정한 유일한 으뜸음식점. 전국적으로도 크게 알려져 설악산을 위시, 강원도의 명산들을 찾는 많은 사람의 필수 식도락 코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화로숯불구이(국내 강원도산 230g) 1만 원.

폭포쉼터(식당)
백암산 자락의 보석

홍천은 명산의 보고(寶庫)다. 홍천의 공작산과 팔봉산, 두 개의 산이 산림청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명산’에 들어 있다. 그런데 홍천의 산꾼들은 두 개의 산이 아니라 네 개의 산으로 계산한다. 춘천과 경계를 이루는 가리산과 평창과 경계를 이루는 계방산도 홍천의 산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 군(郡)에 100명산 중 네 개나 되는 명산이 있는 군이 어디 또 있느냐고 묻는다. 홍천의 산꾼들이 자신들의 고장에 있는 산에 대해 대단한 자긍심을 가질 법한 충분한 근거다.

이곳 사람들은 내촌면에 솟아 있는 백암산(1,099m)을 ‘천혜의 자연 속에 때 묻지 않은 비경의 산’이라고 소개한다. 홍천군 안에서도 오지의 산으로 치부되는 백암산은 수많은 종류의 산나물과 약초,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는 산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근래에는 생태체험 등산동호인들의 발길이 잦아졌고 이 발길이 신호탄이 돼 외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백암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44번 국도 철정검문소에서 내촌면 소재지를 거쳐 인제군 상남면으로 이어지는 451번 지방도다. 이 길은 매우 한산한데 백암산 산행나들목인 내촌면 와야1리 지방도 변에서는 ‘맛국수’를 먹을 수 있는 폭포쉼터(033-433-3451)가 손님을 맞고 있다. 4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의 업소라 주말에는 식탁 차지하기가 어려운 집이다.
토종닭요리 3만 원. 맛국수·감자전·도토리묵 각 5,000원.

천지연가든
“깊은 산속 깊은 맛을 내겠습니다”

백암산 남쪽 자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451번 지방도는 참으로 한적한 길이다. 얼마나 적막한 곳이었기에 ‘아홉살이고개’라는 전설까지 생겨났을까. 홍천군 내촌면과 인제군 삼남면 경계를 이루는 고개가 ‘아홉살이재’다.

결혼식을 올리고 3일째 되는 날, 아흔아홉굽이 도로공사에 나갔던 새신랑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일만 하다가 공사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에는 아홉 살이 된 아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였기에 자신이 땀 흘려 개통시킨 고개 이름을 ‘아홉살이고개’로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그만큼 이 지역이 오지였다는 뜻이겠다.

내촌면이 아직도 오지 중의 오지임을 말해주는 또 한 대목이 있다. 홍천군에서 지정한 모범음식점이 30곳이나 되는데 내촌면에는 한 곳도 없다. 인구 2300명인 면소재지쯤이면 있게 마련인 그 ‘흔하디흔한’ 모범음식점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백암산 산행나들목 내촌면 와야삼거리에는 내로라하는 음식점 한 곳이 있다. 천지연가든(033-433-6965). 깊은 산속이 좋아 산속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는 업주, 충청도 언니 김필순(49)씨는 홍천 산꾼들 사이에는 친절미가 철철 넘치는 분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유황오리철판구이(한 마리 3만5,000원)가 대표음식. 삼겹살(200g 8,000원)도 구워 먹을 수 있다. 연회석 100석.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도시락 주문도 받는다.

쉰제계곡 토종닭집
백우산 하산길의, 이야기가 있는 쉼터

홍천군이 자랑하는 또 한 곳. 홍천의 명산 백우산(白羽山·895m)은 한 마리 새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려 한껏 날개를 펼친 모습의 산세다. 산 북쪽 자락은 홍천강의 발원지인 용소계곡인데 그 절경은 ‘홍천의 9경’ 중 제7경으로 선정돼 있다.

백우산 산행은 내촌면 소재지 도관리에서 광암리로 가는 408번 지방도로 가족고개를 들머리로 하고 도관리로 하산하는 것이 무난한 코스다. 그렇지만 용소계곡으로 내려선 다음 두촌으로 방향을 잡는 것도 좋겠다.

이 경우라면 “발(자동차)품을 조금만 더 보태어 들러 달라”는 집이 있다. ‘쉰제계곡토종닭집(033-435-3847·두촌면 자은리 148)’인데 ‘쉰제’는 ‘쉬었다 가는 고개(재)’에서 따온 말로, 이 집은 계곡가에 넓은 터를 잡고 세상만사 제쳐두고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교통이 불편했던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백우산 동북쪽 괘석리 사람들은 ‘쉬인재’를 넘어 두촌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그 시절 쉬었다 가는 지점이 지금의 ‘쉰제계곡’이었다는 것이 집주인 박광선(68)씨의 설명이다. 이곳에 머무는 시간, 그 시절의 일들을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고 유익하겠다.

집에서 방목해서 기른 토종닭으로 닭도리탕(4만 원)을 끓여 내고 송어회(1kg 2만5,000원)도 차려낸다. 민박방 세 칸으로 손님을 모신다. 방 한 칸 5만 원.

가리산 막국수
명주방장 업주가 뽑아내는 한결같은 맛

강원도 땅, 특히 춘천이나 홍천 지역을 둘러보면 유독 막국수집 간판이 쉽게 눈에 띈다. 홍천~인제 구간 44번 국도변도 예외는 아니다.

‘면발을 뽑아 막 삶았다’‘아무 때나 쉽게 막 먹을 수 있다’는 뜻을 지닌 막국수. 막국수는 순메밀가루를 반죽해 국수틀에 뽑아낸 면을 금방 삶아내어 김치나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다. 야채와 양념으로 버무려서 식초, 겨자, 육수를 곁들여 먹으면 더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피부미용과 성인병 예방에도 크게 한몫을 하는 음식인 데다 값마저 부담이 크지 않으니 인기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겠다.

막국수가 지금은 계절음식으로 여름철에 많이 먹지만, 묘하게도 본래 겨울음식이었다. 화전민이나 산간 농민들이 긴 겨울밤 간식이나 야식으로 즐겨 먹어 왔다는 것이 그 유래다.

설악산을 위시해 강원지역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44번 국도에서는 어김없이 생각하게 되는 음식이 막국수다. 그리고 44번 국도에서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가리산막국수(033-435-2704)’는 산악회 총무들이 필수로 챙겨 두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순박하고 후덕한 인정의 집주인 박명섭(60)씨는 창업 후 20년 동안 줄곧 주방을 지켜 온 강원 일대 막국수업소 명주방장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 이 집의 막국수 맛은 언제나 한결같다는 것이 정평이다.

막국수 5,000원. 편육 1만3,000원. 이 집에서 담근 옥수수 동동주(한 됫박 7,000원)는 추종을 불허하는 동동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친절막국수
업주 홍성만옹의 전설 같은 이야기들 얽혀

막국수집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들을 강원도 지방에서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중 자신의 집을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우리집은 강원도 막국수 3대 유명 업소 중 한 곳”이라는 것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사례다. 그렇다면 다른 두 집은 어느 곳이냐고 물어보면 업소명은 말하지 않고 “그 두 집은 춘천에 있다”고만 한다.

언제 누가 3대 유명 업소 선발대회라도 한 적이 있었는지. 입맛은 백인백색이라고 했는데……. 진위야 여하튼 재미있는 일이고 강원도에는 도처에 유명한 막국수집이 수두룩하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친절막국수(033-435-5435). 홍천군 화촌면 신내사거리에 있는 집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아주 특이한 업소다. 업주 홍성만(76)·송종숙(73)씨 내외가 춘천에 살다가 30여 년 전 이곳으로 이주, 여관을 하던 집을 인수해 막국수집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큰길가 옛 모습 그대로의 기와집은 겨우 4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인데 어떤 때는 30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꺼번에 찾아와 줄을 서기도 했다는 일화를 들려주는 집이다.

업주 홍성만옹은 식당업주이기 이전에‘미스터 덤벨’이라는 별명으로 13kg 덤벨을 하루 300회씩 들면서 건강관리를 해온  분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구실력이 800이나 되었다는 믿기지 않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갖고 있다. 합기도협회 강원도 총관장을 역임했는데 합기도는 겸허와 예를 존중하는 운동으로 합기도를 익히면 도(道)에 달할 수 있다는 지론의 소유자다.

이러한 분이 “막국수 반죽은 보통 힘 드는 일이 아니지”라고 하신다. 막국수를 만드는 일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혼을 불어넣고 정성을 다 쏟아야 한다는 뜻으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메밀국수 6,000~7,000원.

초록애(愛)
만천하 산꾼들의 ‘형수님 해장국집’

홍천 산꾼들의 단골집이자 산악회 지정식당 역할까지 하고 있는 초록애(愛)(033-435-2211)는 이제 전국구 산꾼들의 해장국집으로도 발돋움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 산꾼들은 설악산이나 춘천권에 있는 산들에 오르기 위해 새벽 일찍 출발, 55번 중앙고속국도를 탄다. 해장국 먹기에 딱 좋은 시간이면 홍천IC에 닿게 되고 홍천읍내 희망3리 초록애(愛)로 찾아들면 아침 민생고를 가볍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태해장국이나 선지해장국을 차려 내는데 안주인 윤신옥(54)씨가 산꾼들에게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정성껏 챙겨 낸다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홍천의 산꾼들은 남녀노소 불문, 안주인을 보고 ‘형수님’으로 부른다고 한다. 윤신옥씨가 현지 우정산악회 골수 회원이기에 얻어진 별명이라고 한다.

‘형수님’은 정례산행의 개근생이라 매월 하루는 아예 식당 문을 열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형수님’이 산행하는 날 산행을 마치면 당연히 이 집에서 하산주와 해단식을 하게 되는데, 이 자리에는 산행에 참가하지 못한 회원들도 동석한다.

초록애(愛)를 지정식당으로 정해 놓은 홍천의 8개 산악회는 모두가 홍천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산악회라는 평이다. ‘형수님’은 산꾼들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월간山>을 교과서 삼아 열심히 공부하는 학구파(?)로도 알려져 있다.

선지해장국·황태해장국 각 5,000원, 갈비탕 6,000원, 녹차약밥정식 7,000원, 훈제정식·주물럭정식·각 8,000원, 보성녹돈생삼결 9,000원. 녹차유황오리요리(4인) 3만3,000~3만8,000원.


/ 글·사진 박재곤 대구시산악연맹 고문 www.sanchonmir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