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부평초(浮萍草)

〈제6보〉(64~79)=기사총회가 이세돌에 대한 '조치'를 결의하자 이세돌은 "충격 때문에 바둑을 못 두겠다"며 휴직을 선언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1년 반씩이나 바둑판을 떠나다니. 하지만 이세돌의 친형 이상훈 七단은 "당시 세돌이의 상태는 거의 폐인 모드였다"면서, 이 바둑을 동생이 심리적으로 무너진 상황이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평소의 예리함이 실종된 채 시종 갈팡질팡했다는 것.

64는 상상을 초월한 강수(强手). 이를 바꿔 표현하면 엄청난 무리수란 뜻도 된다. 상식적으론 참고1도 1에 두고 3, 5를 노려야 하는데, 6이 좋은 수여서 10까지 백이 궤멸한다. 하지만 쿵제는 쉽게 칼을 뽑지 않는다. 65, 67로 상변을 넘겨주더니 71까지 외곽을 정비하는 데 만족한다. 67로는 참고2도 1로 강력히 싸워갈 수도 있었다는 중론.

과연 73으로 가르고 보니 백은 여전히 괴롭다. 보이느니 사방에 흑군뿐이다. 이 부근에 와선 이세돌의 손길이 갑자기 빨라졌다. 혹시 승부를 포기한 건 아닐까. 76으로 눈 질끈 감고 연결했지만 위쪽 백돌들이 부평초(浮萍草)처럼 중원을 떠돌기 시작했다. 끝없는 백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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