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영화 '국가대표' 촬영...스키점프 연기한 소감?

"아버지(배우 김용건)께서요? 어디가서 술 먹고 행패부리지 말아라, 뭐 이런 말씀만 하세요.(웃음)"

냉혹한 범죄자로 나왔던 영화 '추격자'의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배우 하정우는 '의외로' 순한 젊은이었다. 더구나 냉방병 탓에 감기까지 살짝 걸려 콜록콜록하고 있으니….

새 영화 '국가대표'(감독 김용화) 개봉(30일)을 앞두고 있는 그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하는 듯 했다.

"뭐랄까요, 하정우 하면 왠지 '어려운' 영화만 하는 배우라고 알려진 것 같아요. 친숙하고 편한 연기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자신을 '충무로 블루칩'으로 업그레이드해준 '추격자'를 비롯해 전도연과 함께 한 '멋진 하루'(2008년),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년) 등 그는 '난이도 있는' 작품에만 출연해 쉽지 않은 변신을 거듭해왔다. 잘 생긴 얼굴에 연기력, 카리스마까지 갖춘 배우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아쉬운 게 있었으니, 안성기 송강호 김윤석 등 선배들이 보여준 친숙함의 결핍이었다.

대학(중대) 선배이기도 한 김용화감독의 '국가대표' 출연 제의에 즉석에서 'OK'한 배경에도 이런 무의식이 작용했다.

'국가대표'는 태극마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군상들이 대한민국 최초의 스키점프 대표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스포츠 휴먼드라마. 미국 입양아 '밥'으로 변신한 하정우는 친엄마를 찾기 위해 국적까지 바꿔 스키점프 대표가 되는 캐릭터다. 상처와 불신으로 가득찼던 마음이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진다.

하정우는 축구 야구 수영 등 못 하는 운동이 없는 소문난 스포츠광. 스키 역시 20년을 탔으니 자신만만했으나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스키와 스키점프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장비도 틀렸고, 점프 특유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등에 피아노줄만한 와이어를 하나 매고 점프대에서 고속으로 달리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점프 직전까지 배우들이 연기하고, 비상하는 장면은 대역 선수들이 했지요."

영하 20도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야하니 그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실같은 와이어를 보면 '저게 날 잡아줄까' 한숨만 나왔고…. "고층 아파트 옥상 난간에 살짝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룬 게 많지만 아직은 젊다. "주위의 시선이 좀 어색하고 불편하게 다가와요. 즐기지도, 으쓱해하지도 못하겠고…. 무엇보다 아버지(배우 김용건)의 40년 인생을 옆에서 봐왔잖아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 뿐이에요."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는 하정우. 영화 '국가대표'는 그 도전의 점프대인 셈이다.

배우 하정우 프로필   　▶출생 = 1978년 3월11일 　▶신체 = 184cm, 75kg 　▶소속사 = NOA엔터테인먼트 　▶가족 = 아버지 배우 김용건 　▶학력 = 중앙대 연극학과 　▶출연작 = '마들렌'(2002년) '용서받지 못한 자'(2005) 　 '시간'(2006) '비스티보이즈''추격자' '멋진 하루'(2008) 　 '국가대표'(2009) 등. 　▶좋아하는 것 　 색깔 = 파란색(시원해서) 　 의상 = 검은색 옷이라면 다(가장 무난) 　 취미 = 각종 운동 　 친구 =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동창들 　 드라마 = '24시' '프리즌 브레이크' 등 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