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선택] 쓰나미 속에도 웃음은 있다

만식(설경구)과 연희(하지원)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 그러나 만식은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때 함께 원양어선을 탔던 연희 아버지가 자신의 실수로 숨진 일 때문에 괴로워한다. 지질학자 김휘(박중훈)는 오래전 헤어진 아내 유진(엄정화)과 딸을 우연히 만난다. 어린 딸은 아빠를 몰라보고, 일에 바쁜 전처는 딸을 잘 챙기지 않는다. 그는 해저 지진이 점점 한반도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쓰나미 위험을 경고하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마침내 거대한 파도가 해운대를 덮친다.

윤제균 감독의 전작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낮았다면 조금 올려도 좋다. 반대로 그의 전작 마니아라면 이 영화는 좀 싱거울 수도 있다. 이것은 윤제균 감독 최초의 12세 관람가 영화다. 여전히 윤제균의 캐릭터들은 머리통을 내갈기지만, '두사부일체'처럼 뒤통수 죽이기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색즉시공'에서처럼 농담이 역겨움 쪽으로 옮아가지도 않는다.

해운대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에서 봤던 캐릭터들을 한국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성공점이자 약점이다. 주인공들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만 그들의 갈등과 화해는 무척 낯익은 방식으로 흘러간다.

윤제균의 코미디는 좀 진정시킨 쪽이 훨씬 낫다. 이전 코미디가 조미료 범벅에 참기름이 번들거렸다면, '해운대'의 코미디는 차게 식힌 무의 단맛을 낸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던진 구명조끼가 이마에 정통으로 맞아 기절하는 장면은 그중 백미다. 쓰나미가 오기 직전 전속력으로 날아온 갈매기가 자동차 앞 유리창에 머리를 박는 장면은, 그 아이디어와 카메라 워크 모두 뛰어나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두 시간짜리 여름영화로 제격이다.

이 영화의 부실(不實)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너무 압축시킨 드라마에서 발견된다. 관객은 스토리에 설득되기도 전에 '감동'이나 '슬픔'이라고 쓰인 표지판 쪽으로 유도된다. 그렇기에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올리는 두 시간짜리 예고편으로 볼 수도 있다.

▶전문가 별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요체를 잘 빌려온 여름용 가족영화.

― ★★★ 이상용·영화평론가

오감만족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잡탕 장르의 쓰나미. 혼이 쏙 빠진데이~.

― ★★★ 황희연·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