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세 번째로 나오니 살짝 서운했죠"

22일 개봉한 영화 '해운대'에 출연한 박중훈(43)은 최근 기상청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했다. 기상청 직원들 앞에 선 그는 "기상청은 어머니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리둥절한 표정들 앞에서 그가 말을 이었다. "잘하면 안 보이고 한 번 못하면 확 표시가 나니까요." 그 재치에 박수가 터졌다. 기상청의 약점을 건드리되 기분은 건드리지 않은 훌륭한 조크였다. 그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그의 평소 행동이나 인간관계도 그런 식이라고들 한다.

'해운대'에서 쓰나미(지진해일) 위험을 예고하는 해양지질학 박사로 나오는 박중훈은 이 영화의 조연배우다. 지난 2006년 '라디오스타'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그는 "앞으로 주연·조연 가리지 않겠다"고 말했고, '해운대'가 그 첫 작품이 됐다.

21일 만난 그는 "좋은 조연이었기에 마음속으로 손뼉 치면서 영화를 시작했다"면서도 "그러나 (조연도 좋다는) 관념과 그것의 체화(體化) 사이엔 간격이 있더라"고 했다.

"영화를 찍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찍었는데, 이번엔 드문드문 찍게 되더군요. 엔딩 크레디트에도 제 이름이 (처음이 아니라) 세 번째로 나오고요. 사실 좀 낯설고 서운했어요. 그렇지만 배우로서 큰 산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기특하다고 할까,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간 맡은 역할 중에서 가장 지적인 배역인 것 같습니다.

"맞아요. 연기를 할 때 그 역할이 만만하게 느껴지면 그 배역의 감정이 저한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역할은 한 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이고 저도 배우를 24년이나 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예전에 사이코 킬러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역할이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나요. 그러면 결국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게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