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불고기 전골

〈제7보〉(80~94)=이날 점심시간 광경이 잊히지 않는다. 한국 선수 15명이 함께 모여 앉아 식사하는 자리에 가장 늦게 나타난 이세돌은 멍한 모습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 수 읽기에 빠져 있더니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주찬(主饌)인 불고기 전골에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1년 전 만해마을서 비빔밥 2인분을 해치우던 식욕은 어디로 간 것일까. 오후 대국실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입장한 기사도 이세돌이었다.

백의 중앙 타개가 주목되는 장면. 80으로 응수를 물었을 때 81로 뛴 점이 강수였다. 백이 여기서 참고1도 1로 뚫으면 어찌 될까. 14까지 중앙을 장악해 이 변화는 백이 택할 수 없다. 82, 84로 근근이 연결자세를 취하는 사이 흑은 85, 87로 실속을 혼자 챙겼다. 85 때 86을 게을리했다간 흑에게 '가'로 끊겨 오른쪽 백이 몽땅 떨어진다.

아무리 바빠도 88을 생략할 수는 없다. 참고2도 1로 우변 백이 전멸하기 때문. 89는 발이 느려 보이지만 두터운 수법이다. 94는 어쨌든 반상(盤上) 최대의 곳인데, 이 정도로 백이 대세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유일한 희망은 흑의 소비시간이 30여 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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