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국가대표 : 한심한 루저들의 인생 역전 '점프'

'국가대표'가 급조됐다.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하는 바람둥이, 엄마찾아 미국에서 넘어온 입양아, 할머니와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소년 가장, 숯불고깃집에서 서빙을 하는 소심남까지.

코치라도 제대로 된 인물일까? 그 역시 어린이 스키 교실 출신의 무명 지도자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한심해서 웃음이 난다.

각종 감언이설로 선수들을 앉혀 놓고 스키점프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며 첫 브리핑을 하는 방 코치(성동일).

한참 설명을 하는데 선수들의 표정이 심상찮다. 착지를 잘못해서 엎어지고 구르고 눈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동영상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상황을 수습하려는 방 코치는 "가끔 있는 일이야. 모든 동계스포츠가 안전하진 않아"라며 스크린을 가리려 허우적댄다.

칠판에 영어로 스키를 'SKI'가 아니라 'SKY'라고 적어 주장 밥(한국명 차헌태ㆍ하정우)의 비웃음을 받는 게 바로 우리 '코치님'의 현주소다.

선수들이 직접 삽과 망치를 들고 스키 점프대를 보수해야 하는 상황.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서빙을 하는 재복(최재환)이 "오늘 단체손님이 와서 식당에 좀 가봐야 한다"고 하자 "응 가봐, 단체잖아"라고 말하며 미련없이 떠나보낸다. 재복이 "얼른 갔다 올께요"라고 할 땐 "아냐, 오지마"라며 천연덕스럽다. 훈련과 경기력 향상보다는 4명 뿐인 선수단 유지 자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방 코치의 사고뭉치 딸을 사랑하는 흥철(김동욱)이 코치에게 "당신이 그러고도 수현이 아빠야?"라고 대들 땐 차분하게 "그럼 내가 엄마니?"라고 말하며 격분한 흥철의 김을 뺀다.

'국가대표'는 대한민국 최초의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2006년 '미녀는 괴로워'로 620만 관객을 동원한 김용화 감독의 작품이다.

훈련 과정은 폭소의 지뢰밭이다. 생전 처음 스키점프를 접한 선수들은 현란한 몸개그로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급조된 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서부터 영화적 코드는 웃음에서 눈물로 변주된다.

차헌태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던 어머니와의 첫 대면, 해체위기에 몰린 대표팀을 구하기 위한 방 코치의 노력, 뿔뿔이 흩어졌던 선수들이 다시 모여 한 식구임을 확인하는 과정은 스포츠 영화의 익숙한 공식을 따르면서도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장면은 활강과 도약, 비행으로 이어지는 스키점프의 긴장감과 웅장함이 제대로 표현됐다.

대뜸 국가대표팀을 만들자고 선수들을 모아들이는 극 초반부의 억지 설정만 제외한다면 상업영화로서의 장점이 돋보이는 영화다.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