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명당(明堂) 다툼

〈제8보〉(95~114)=이른바 '이세돌 파동'은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기사회 결의에서 비롯됐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본인에게 해명 기회도 안 준 채 동료를 징계하자고 투표까지 간 것은 과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쪽에선 "오죽 돌출행동이 잇달았으면 동료들이 그런 결의까지 했겠느냐"며 반박한다. 이제 와서 어느 쪽이 옳으냐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이번 진통을 발전과 화합의 계기로 승화시키는 게 바둑계의 숙제다.

95, 97로 선수권리 행사 후 99로 하중앙을 지킨 수가 약 10집 크기로 반상(盤上) 최대. 100과 101도 그에 버금가는 호처로 맞보기에 해당한다. 102부터 109까지는 언제건 이렇게 마무리될 곳. 수순 중 먼저 들여다본 107이 '수순의 묘'였다.

110은 어땠을까. 참고도를 보자. 당장 눈길이 쏠리는 하변으로 손을 돌려 1, 3으로 두는 것이 상당하다. 하지만 6의 젖힘이 또한 워낙 좋은 명당자리. 결국 1과 6은 맞보기로 어느 한쪽은 차지하게 될 테니 우선 두텁게 밀어간 것. 이때 흑이 '가'로 막는 것은 백 '나'를 선수 당해 안 좋다. 114로 때 흑은 '다'로 나가 끊는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