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풍운아 이세돌은 왜 '18개월 휴직'을 선언했나?

 
지난달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기자들 앞에 선 ‘천재기사’ 이세돌 9단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은 뒤 고개를 숙였다.

“아끼고 사랑해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프로기사 활동이 너무 어렵다고 판단해 휴직계를 냈습니다.”

이세돌 9단은 지난달 8일 ‘1년 6개월 휴직’을 선언했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과 그를 비난하는 이들이 장외에서 맞붙어 2차전이 펼쳐졌고, 지난 2일 한국기원 상임이사회는 “이세돌 9단이 자숙하기를 바란다”며 그의 휴직을 받아들였다. 2007년 9월부터 21개월간 국내랭킹 1위를 굳게 지켜 온 이세돌 9단은 왜 돌연 휴직을 선언했을까? 월간조선 8월호가 이 9단을 둘러싼 ‘불편한 내면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이세돌 9단의 휴직 배경에는 한국바둑리그의 현행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랭킹이나 성적 등을 고려하지 않는 대우나 오더에 따라 무조건 이루어지는 대국체계가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바둑리그는 랭킹에 상관없이 승자 150만원, 패자 50만원의 대국료를 주고, 주장이 이겼을 경우 50만원의 추가 승리수당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 상에서 이 9단이 순수한 개인기량으로 획득할 수 있는 수입은 전·후기 각 6국, 총 12국의 대국에서 전승(全勝)을 거뒀을 때 2400만원이다. 또 한국바둑리그에서는 거의 모든 팀이 상대팀 1지명(보통 가장 잘하는 선수임)에게 버려도 무방한 카드를 사용하는 오더전략을 짜고 있어 긴장감을 일으키는 강자끼리의 승부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구조로 알려졌다. 

이세돌 9단의 한국바둑리그 불참이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에서의 관련자들의 대응도 문제를 키웠다. 한국기원 사무국은 이 9단의 한국바둑리그 불참에 관한 보도자료를 성급하게 배포했고, 기사회의는 ‘이세돌에 대한 어떤 조치’를 결의하고 안전을 이사회에 상청요청하며 논란을 불러왔다. 이 9단도 ‘한국바둑리그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230여명의 동료들에 대한 각별한 배려심을 보이지 못햇다.

결국 이세돌 9단뿐 아니라 한국 바둑계 전체가 상처를 입게됐다. 이 9단은 “기사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나에 ?나 징계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상처였다. 이런 마음으로는 도저히 바둑을 둘 수가 없다. 당분간 마음을 추스르며 쉬겠다”며 상처를 토로했다. 휴직은 스스로 원한 것이지만 어쨌든 연 5억~10억원의 상금 획득이 가능한 정상의 프로가 1년6개월의 휴직을 청한 것은 7억~15억원의 기대수입을 포기하게 됐다. 한국 바국리그는 무산의 위기를 겪어야 했고, 예선전도 1주일 연기됐다. 한 프로기사는 “한 사람 때문에 230여명이 1주일동안 볼모로 잡혀야 했던 이번 일은 우리에게 분명한 상처였다”고 했다.

결국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의 결정으로 ‘이세돌 파문’은 봉합됐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국 바둑계의 갈라진 상처가 아물지는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