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괜한 손찌검

〈제9보〉(115~125)=6월 6일 한국기원서 열린 제22회 후지쓰배 8강전서 한국 기사 4명 중 유일하게 이세돌만 탈락했다. 다음은 이세돌에게 중국리그 포함, 11연패 끝에 1승을 따낸 창하오(常昊)의 국후 소감. "상대가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두번이나 내게 넘겼다. 평소의 이세돌답지 않았다. 기사 휴직을 결정한 뒤 심리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2009년 초여름의 2개월은 앞으로 한국 바둑사의 생략할 수 없는 한 페이지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115는 당연한 보강. 중급자 수준만 돼도 참고도 1 이하의 절단은 성립하지 않음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백은 116으로 '솔직하게' 122 자리에 쌍립 연결해 가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변환(變幻)의 승부사 이세돌에게 이렇게 싱거운(?) 수법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 형세는 어떻게든 변화를 추구해야 할 만큼 불리하다.

그러나 이세돌이라 해서 언제나 비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도사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116 이하 121까지는 괜한 손찌검. 양쪽에 단점(斷點)이 노출되자 진퇴양난이다. 뒤늦게 122로 이어갔지만 123, 125로 차단당해 백 3점이 갇혀버린 것. 사실 이세돌은 백 3점을 활용한 중앙의 맛을 보고 있었으나 오판(誤判)이었음이 곧 밝혀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