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이세돌'… 랭킹에서 빼나, 마나?

이세돌이 18개월간의 휴직을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간 지 4주가 지났다. 그의 부재가 본격화되는 8월 이후 랭킹에는 이세돌을 포함해야 할까, 빼야 할까. 포함시킨다면 이세돌이 감수해야 할 여덟 판의 기권패는 어떻게 처리하는 게 옳을까.

이 문제를 관장할 한국기원 프로기사회 산하 랭킹위원회는 당초 '랭킹 제외'로 방향을 잡았었으나 최근 포함 쪽으로 돌아섰다. 기권패 처리방식은 아직 논란 중이지만 패배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 한 판, 한 판의 승패 결과는 랭킹에 바로 직결된다. 워낙 미묘한 문제다 보니 랭킹위원들의 생각도 몇 차례나 바뀌었다.

김수장 위원은 "휴직도 현역인 만큼 랭킹에는 넣되, 기권패는 규정에 따라 패배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그는 "기권패 여덟 판이 모두 반영될 때까지 한두 달 동안 이세돌의 랭킹은 내려가겠지만, 그 이후엔 5위 정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철 위원의 생각도 비슷하다. 다만 그는 "8국의 패점 처리가 완료된 이후엔 '참고랭킹'이란 이름 아래 이세돌의 순위를 계속 표시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예상하는 이세돌의 참고랭킹은 무려 3위권이다. 이세돌이 8패를 떠안더라도 그의 점수를 뛰어넘을 기사는 두어명에 불과하리란 것.

당초 랭킹위는 휴직기간에 이세돌을 아예 랭킹에서 빼자는 쪽이 대세였다. 한 판도 두지 않는데 매달 1위를 유지(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하는 모양이 비현실적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금껏 휴직이나 군 복무 등을 이유로 랭킹서 제외된 사례가 없고 ▲자율적으로 휴직한 기사를 랭킹에 넣지 않는 것도 문제란 반론에 막혔다. 김만수 랭킹위원도 원래 '랭킹 제외파'였으나 최근 김수장·박승철 위원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태일(미 스탠퍼드대 교수) 위원은 "랭킹엔 넣되 기권패는 포함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휴직했는데도 부당한 권리 포기를 뜻하는 '기권패'를 적용하는 건 잘못이란 것. 또한 "상대기사가 단지 이세돌과 대국일정이 잡혔었다는 이유만으로 점수를 따는 것은 승패에 의한 실력평가란 랭킹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수장·박승철 위원은 "그건 지나치게 이세돌 중심의 판단이다. 두어 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선의의 상대기사 입장도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안조영 랭킹위원은 "아직 결론을 못 내렸다.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는 입장. 그는 "자발적인 휴직에 따른 기권패를 패점으로 계산하는 게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처리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출전한 기사들이 희생되는 셈이다. 형평성의 문제가 따른다"고 했다.

이세돌은 지난 1일 예정됐던 물가정보배 안형준과의 8강전, 23일로 잡혔던 GS칼텍스배 리그 안조영전이 이미 기권패 처리됐다. 앞으로도 원성진 최철한 조한승 이영구와의 GS배 리그, 바둑왕전 토너먼트 승자 3회전(상대 김지석·안조영 전 승자) 및 패자 2회전(상대 미정) 등 여섯 판의 기권패가 추가로 '예정'돼 있다.

이세돌의 랭킹 처리 문제가 이처럼 논란에 휩싸인 것은 ▲리그와 토너먼트 방식이 혼재하는 바둑 승부세계의 특수성 ▲전대미문의 1인자 장기 공백 ▲'징계'가 아닌 '자진 휴직' 형식의 무대 이탈 등 복잡한 형태를 띠었기 때문. 이세돌의 기권패 산입 문제가 월간랭킹에 어떻게 처리되든 한동안 갑론을박이 불가피해 보인다. 랭킹위는 이번 주 안으로 회합을 갖고 발표시한이 임박한 8월 랭킹과 관련,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