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지막 변란(變亂)

〈제10보〉(126~142)=쿵제(孔杰)는 6월 중순 열렸던 TV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강동윤 이창호 이세돌 등 한국 톱 랭커 3명을 차례로 눕히고 우승했다. 개인적으로도 최초의 세계 제패였다. 구리(古力)와 창하오(常昊)로 대표되던 중국바둑에 새로운 기수(騎手) 한 명이 가세한 셈. 이세돌에게 연패의 아픔을 맛보게 한 중국 기사는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었다.

126으로 철군(撤軍)하는 이세돌의 가슴이 쓰라리다. 참고도를 보자. 1, 3 다음 5로 젖히면 중앙 흑 3점을 잡을 수는 있다. 국지적으로 상당한 전과. 그러나 상변에서 지불해야 할 대가가 더 크다. 6이 물경 7집에 달하는 역끝내기이고, 다시 8, 10까지 흑의 권리여서 백의 소득을 압도한다. 중원과 126으로 갈팡질팡하는 이세돌의 내면 혼란이 읽힌다.

그런데 여기서 마지막 변란이 일어난다. 127은 중앙을 강화한 뒤 좌중앙 백을 엿보는 호착이었는데, 128 때 흑이 갑자기 '추위'를 타며 백 3점을 놓아준 것. 129로는 141에 둠만도 못했다. 132(9집 강)로 살아가자 차이가 바짝 좁혀졌다. 흑이 좌중앙 공격서 소득이 없을 경우 혹시 역전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