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저 산… 내가 꿈꾸는 세상인가

지난 2월 영하의 날씨 속에 찾아간 경기도 '장흥 아뜰리에' 주변 풍경은 평일이라서인지 황량했다. 주변은 행락객의 자취가 없어 고적했지만 '장흥 아뜰리에'는 고적함을 이기며 작품에 몰두하는 작가들의 열기로 진지했다. 그 중 한 명이 동양화가 석철주(추계예대 동양화 교수)였다.

석씨의 작업실 바닥은 물감으로 어지러웠고 그동안 작업한 캔버스는 복도까지 넘쳐 나와 있었다. 그는 당시 "여름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작업의 일부만 보여주고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 《석철주전(展)》 오프닝에서 그의 작품 〈매화서옥도〉를 보면서 작가와 작품이 혹한(酷寒)을 견디다 봄을 맞으면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본관과 신관 두 곳의 전시장에 걸린 석철주의 작품은 두 개의 다른 세계로 나눠 볼 수 있다. 본관 전시장 중앙에는 가로 9m에 이르는 〈신(新)몽유도원도〉가 펼쳐져 설산(雪山)의 이미지를 날카로우면서도 몽환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작품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환상 또는 이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신관은 분위기가 달라져 풀과 나무 등 자연과 현실의 세계를 보여준다. 푸른색과 붉은색을 통해 신비로우면서도 차가운 감성과 뜨거운 열정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공간에 대해 예민하게 고민하고 이에 맞게 작품을 준비한 작가의 의도다.

그는 동양화가 지나쳐버릴 수 있는 현대적 공간 개념을 일부러 의식했고, "2005년에 전시를 구상할 때부터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공간도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옥의 전통적인 미와 현대적 전시장 감각을 살린 학고재갤러리에 어울리는 전시는 8월 20일까지 열린다. (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