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동강(東江), 사진에 빠지다

젊은 사진작가의 발랄한 작품으로 건물 전체가 전시장으로 변한 영월군의회, 흑백 대형사진으로 둘러싸인 영월학생체육관….

〈2009 동강국제사진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영월은 올여름 사진에 푹 빠진 듯했다. 곳곳에 사진 축제를 알리는 깃발이 날리고, 큰 건물에는 사진 작품이 내걸려 전국 각지의 사진애호가들을 부르고 있었다. 2002년 영월군 주최로 시작된 〈동강사진축제〉는 올해부터 국제사진제로 규모를 확대했다. 김영수 운영위원장(중앙대 교수)은 "지금까지 국내 작가 중심으로 사진전을 진행했지만 올해부터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작품을 유치하는 등 국제전으로 폭을 넓혔다"고 밝혔다.

퐁피두센터 사진부장이었던 알랭 사약과 서울시립미술관 이수균 학예연구부장이 공동기획한 《마스크:가면을 쓴 사람들》전(展)은 퐁피두센터의 사진작품을 중심으로 프랑스·미국·독일·중국·한국 등 48명 작가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동강사진박물관에서 열리는 《마스크》전은 현실과 환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모호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만 레이(1890~1976)가 담은 여장(女裝)한 마르셀 뒤샹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프랑스의 소피칼은 〈면도날〉이란 작품을 통해 드로잉과 사진을 결합하고 여기에 허구적 텍스트를 곁들인 실험적인 작품을 보여준다. 자신의 얼굴을 10여 차례 성형해 그 모습을 사진에 담은 오를랑의 작품과 오형근의 '아줌마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육명심의 〈백민(白民) 서울, 망우리〉와 구본창의 〈강릉 관노가면극〉도 긴 여운을 남긴다. 사진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기법과 표현이 가능한지 보여주고 있다.

영월학생체육관에 마련된 '2009 동강사진상' 수상자 이상일의 작품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촌의 산업화를 그린 '메멘토모리' 시리즈는 잔상이 오래 남을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이상일의 동강사진상 수상작은 '오온(五蘊) 시리즈'로, 부산 범어사에서 노승의 뒷모습 등을 담았다. 이상일은 '오온'에 대해 "사물과 사물에 대한 인간의 감성 또는 반응을 말한다. 인간은 오온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지만 불경(佛經)에서는 이를 무상(無常)하다고 말한다"라고 했다.

영월군의회의 전시장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로 신선한 호흡이 느껴진다. 《마술피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시에 이지영·백미정·김소희·손준호·이승주·장호현·박새롬이 감각적인 작품들을 내놓았다. 영월의 여름 풍광이 시원하고, 전시장으로 꾸며진 동강사진박물관, 영월군의회, 영월학생체육관 등 주요 전시장이 차로 10~15분 거리에 불과해서 돌아보기에 부담이 없다. 행사는 8월 23일까지 열린다. www.dgphotofestival.com (033)370-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