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확인 사살(射殺)

 

 

〈제11보〉(142~157)=이세돌의 국내 무대 '잠수(潛水)' 기간은 최대한 단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초 계획대로 18개월을 채운다면 바둑계는 흥행 활력을, 이세돌은 실전감각을 잃을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복귀 후 한두 달이면 감각은 쉽게 되찾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칼날 위를 걷듯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긴장 속에서 대치하는 곳이 승부의 세계다. 이 점에 대해 그는 혹시 너무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42가 호수(好手). 146까지 진행된 뒤 흑이 참고도 1~5로 하변 파괴를 서두는 것은 욕심이다. 6 이하 10까지 패(覇)를 내는 수가 있기 때문. 결국 148까지 중앙에서 5집이나 내고 떵떵거리며 살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147을 허용해 백이 이기는 길은 어차피 없었다는 결론. 마지막 단계에서 뭔가 보여주긴 했지만 이미 바둑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와 있었던 셈이다.

157은 일종의 '확인 사살' 같은 수. 이 바둑은 이후에도 무려 80여 수를 더 두어 239수 만에 끝났고 흑이 2집 반을 이겼다. 하지만 157 이후는 이세돌이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흑이 고분고분 다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집 차가 더 벌어졌을지 모른다. 이후 수순은 승부와 무관해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