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LG배 3연패(連敗)

〈총보〉(1~157)=승부사로서 이세돌의 최대 장점은 몰아(沒我)의 경지로 빠져드는 집중력이다. 이 바둑에선 평소 그 특유의 예리함이 완전 실종됐다. 무엇보다 시간을 1시간씩이나 남기고 완패했다는 데서 그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이유와 책임 소재를 떠나 1인자의 장기 휴직으로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우리 바둑계의 씻을 수 없는 비극이었다.

한국기원으로 상징되는 기성 바둑계로선 각성의 기회로 삼을 일이다. 제도와 법령의 정비도 시급해졌다. 이세돌 역시 공인(公人)으로서, 바둑계 최고 실력자로서 처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1인자의 공백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

참고도는 실전 134로 1에 둘 경우, 연결은 되지만 흑에 6 이하의 돌파를 당해 낭패란 걸 보여주는 그림. 이 판을 져 이세돌은 LG배 대진표에서 사라졌다. 1회전 탈락, 특정기전에서의 3연패(連敗) 등 이세돌의 사전에서 볼 수 없었던 사건들이 속출했다. 지난 기 결승서 '백담사 사건' 소동 끝에 2연패로 물러났던 이세돌. 내년 LG배 때는 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되돌아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239수 끝 157수 이하 생략, 흑 2집 반 승, 소비시간 백 2시간, 흑 2시간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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