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결혼? 연애? 전혀 의욕이 없다"

"결혼? 연애? 전혀 의욕이 안 생겨요."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SF 대작 '지.아이.조'에 출연한 이병헌이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애와 결혼에 관한 질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영화와 드라마(아이리스) 출연 일정 등으로 딴 생각 할 겨를이 조금도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연애나 결혼? 지금 상황으로는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그럴 의욕도 안 생겨요. 너무 너무 지처버리면요, 누굴 만나서 데이트를 해야겠단 생각도 안 들어요"

이병헌은 영화 '지.아이.조'의 만화적 요소 때문에 출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에서 영화 '놈놈놈' 촬영을 끝내고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도 출연을 번복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놈놈놈' 촬영 때문에 미국쪽에 약속한 시간보다 3주 정도를 지체했어요. 파주 세트장에서 마지막 촬영을 하고 그날 바로 비행기를 타야 했죠. 온몸이 피투성이에 샤워할 시간도 없이 비행기에 올랐어요. 생각했죠.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지.아이.조' 선택을 잘 한 걸까.' 시나리오를 다시 읽으면서 비행기를 확 돌려버리고 싶었어요. 유치하고 만화 같았거든요. 그런 생각이 가장 극에 달했던 순간은 의상 체크할 때였는데. 제가 하늘 날 때 입는 비행 수트가 있는데 그걸 착용하고 거울을 딱 보는 순간, '아, 이건 아니다. 내가 이럴순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팬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다고 생각했죠."

이병헌의 걱정은 영화의 완성본을 본 뒤 180도 바뀌었다.

"가족들과 따로 영화를 봤어요. 영화가 장난이 아닌 거예요. '내가 어마어마한 영화에 출연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병헌은 최근 국내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몇년전만 해도 꿈같은 얘기지만 이제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잖아요. 근데 한류가 아시아에서 붐을 일으켰을 때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고 악용했기 때문에 한류를 사랑하던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전례가 있어요. 비슷하다고 봐요.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를 쓰다가 준비되지 않은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실망감을 느끼면 그냥 붐으로 끝날 수 있어요. 동양 배우들이 가진 장점을 잘 살려서 매력적으로 보여준다면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편, 이병헌은 아이리스(10월 14일 방영 예정ㆍKBS2)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태희에 대해 "정말 열성적이다. 이전에 약간 연기에 대해 말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번엔 그전보다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