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특별 관리대상

〈제1보〉(1~20)=총 대국석 32개. 그중 31개에 주인이 자리 잡았다. "아뿔싸…" 기원 직원이 비어 있는 박영훈 자리를 보며 탄식한다. "영훈이는 특별 관리하라고 했잖아"(한국기원 한상렬 사무총장). "국내 대국이라고 잠시 방심했더니…"(기전사업부 전재현 차장). 아침잠 많기로 소문난 박영훈이 기어코 또 사고(?)를 쳤다. 007작전 끝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5분 지각. 규정대로 2배인 10분을 공제당했다.

머리칼이 젖어 있다. 아마 그 와중에도 대충 씻고 나온 모양이다. 첫수(백 2)를 놓고 복도에 차(茶)를 타러 나가더니, 그곳에서 마주친 기원 직원에게 빙긋이 미소를 날린다. 언제 봐도 여유가 넘치는 박영훈이다. 그럼, 이기면 되는 거야. 박 사범 힘내요.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하긴 그가 우리 관계자들 단체로 마음 졸여 놓고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통쾌하게 승리한 바둑이 어디 한두 판이더냐.

8의 세 칸 벌림은 요새 유행을 타고 있다. 10의 붙임 이후 흑이 참고도 1 이하 12까지 진행된 후 A로 붙여간다면 보통인데 손을 뺐다. 11부터 19까지, 매우 익숙한 형태지만 쌍방이 꽤 뜸을 들이면서 형태를 결정지었다. 20은 박영훈이 준비한 초반의 도발적 한 수. 마치 "나 잠 다 깼다니깐"하며 시위라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