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임정식 기자의 시네마 오디세이 '해운대'
입력 : 2009.08.03 14:33
'해운대'는 여름시장을 겨냥한 상업영화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130억원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답게 볼거리가 풍부하고,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 A급 스타들이 출연한다. 흥행감독 윤제균의 장기인 웃음 코드도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관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CG(컴퓨터그래픽)로 구현한 쓰나미는 후반부 30여분 동안 화면을 장악한다. 비록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실감나게 표현된다. 조금 더 끌고나가도 될 법한 장면에서 멈추거나 어색한 장면도 더러 있지만, 대체로 합격점을 줄 만하다. 물론 현재 상영 중인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이나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차우'의 멧돼지에 답답해 했던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감독의 고민 흔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트레이드마크인 유머 감각은 여전하다. 300만명 이상을 동원한 '두사부일체'나 '색즉시공'과 비교하면, 절제의 미덕을 발휘한 흔적이 역력하다. 뜬금없고 과도하게 드러났던 코믹함이 '해운대'에서는 이야기 전개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작동된다. 유머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고 드라마를 강조한 전략은 성공적이다.
그는 '해운대'에 대해 "쓰나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쓰나미도 있는 영화, 사람 냄새나는 영화"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 말은 사실이다. 영웅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으로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의 주인공은 없다. 실제로 '해운대'는 재난영화라기보다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황당한 설정도 덜하다. 골고루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반대로 할리우드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휴먼 드라마를 강조하다보니 상업영화로서의 볼거리가 줄어들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휴먼 드라마 사이에서 다소 어정쩡한 자세를 보여준다. 특히 고만고만한 사건들을 촘촘하게 나열한 전반부 1시간은 나른하고 지루하다. 워밍업하다 끝날 것 같은 느낌이다.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상투적이라 할만큼 익숙하다. 연희(하지원)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 만식(설경구)의 연희에 대한 책임감, 상가 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같은 설정이 그렇다.
비슷한 맥락에서, '해운대'의 설계도는 고전적이다.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상가번영회장 만식과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의 사랑, 연구밖에 모르는 지질학자 김 휘(박중훈)와 파워우먼 전처 유진(엄정화)의 갈등, 구조대원 형식(이민기)과 가짜 이대생 피서객 희미(강예원)의 엉뚱한 로맨스가 중심을 이룬다. 멜로라인, 가족애, 악당,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주는 조연 캐릭터가 빠짐없이 들어와 있다. 재난과 희생도 감초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무엇'이 없다.
영화는 각 캐릭터를 골고루 비춘다. 관객들이 감정이입할 인물이 없다. 만식과 연희의 사랑은 수학공식처럼 진행된다. 섬세한 심리와 감정변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거리감이 느껴진다. 뭔가 허전한 이유다. '두사부일체'나 '색즉시공'이 대중에게 어필했던 것은, 개성적인 캐릭터의 영향이 컸다. 나름대로 뚝심있는 전개를 보여줬다.
'해운대'는 백화점식이다. 동춘(김인권)이 연희에게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알려주거나, 연희가 쓰나미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식기를 주워담는 장면과 같이 개연성이 약한 장면들도 거슬린다. 그래서다. A학점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으나, 사소한 실수 때문에 B학점을 받은 학생을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화해'라는 골인 지점을 향해 성급하게 달려간다. 이혼한 후 몇 년만에 만나 티격태격하던 김 휘와 연희는 밀려오는 쓰나미 앞에서 "미안하다"고 눈물 흘리며 포옹한다. 구조대원 형식의 자기희생도 어색하다. '화해의 쓰나미'가 밀려오지만,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몇몇 장면들은 분명히 인상적이다. 쓰나미가 몰려오기 직전, 갈매기가 차 유리창을 머리로 들이박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광안대교의 콘테이너 폭발 장면도 실감난다. '해운대'는 드라마 허술함이나 캐릭터의 단조로움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거리가 풍부한 상업영화로서 즐길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CG(컴퓨터그래픽)로 구현한 쓰나미는 후반부 30여분 동안 화면을 장악한다. 비록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실감나게 표현된다. 조금 더 끌고나가도 될 법한 장면에서 멈추거나 어색한 장면도 더러 있지만, 대체로 합격점을 줄 만하다. 물론 현재 상영 중인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이나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차우'의 멧돼지에 답답해 했던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감독의 고민 흔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트레이드마크인 유머 감각은 여전하다. 300만명 이상을 동원한 '두사부일체'나 '색즉시공'과 비교하면, 절제의 미덕을 발휘한 흔적이 역력하다. 뜬금없고 과도하게 드러났던 코믹함이 '해운대'에서는 이야기 전개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작동된다. 유머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고 드라마를 강조한 전략은 성공적이다.
그는 '해운대'에 대해 "쓰나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쓰나미도 있는 영화, 사람 냄새나는 영화"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 말은 사실이다. 영웅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으로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의 주인공은 없다. 실제로 '해운대'는 재난영화라기보다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황당한 설정도 덜하다. 골고루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반대로 할리우드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휴먼 드라마를 강조하다보니 상업영화로서의 볼거리가 줄어들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휴먼 드라마 사이에서 다소 어정쩡한 자세를 보여준다. 특히 고만고만한 사건들을 촘촘하게 나열한 전반부 1시간은 나른하고 지루하다. 워밍업하다 끝날 것 같은 느낌이다.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상투적이라 할만큼 익숙하다. 연희(하지원)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 만식(설경구)의 연희에 대한 책임감, 상가 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같은 설정이 그렇다.
비슷한 맥락에서, '해운대'의 설계도는 고전적이다.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상가번영회장 만식과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의 사랑, 연구밖에 모르는 지질학자 김 휘(박중훈)와 파워우먼 전처 유진(엄정화)의 갈등, 구조대원 형식(이민기)과 가짜 이대생 피서객 희미(강예원)의 엉뚱한 로맨스가 중심을 이룬다. 멜로라인, 가족애, 악당,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주는 조연 캐릭터가 빠짐없이 들어와 있다. 재난과 희생도 감초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무엇'이 없다.
영화는 각 캐릭터를 골고루 비춘다. 관객들이 감정이입할 인물이 없다. 만식과 연희의 사랑은 수학공식처럼 진행된다. 섬세한 심리와 감정변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거리감이 느껴진다. 뭔가 허전한 이유다. '두사부일체'나 '색즉시공'이 대중에게 어필했던 것은, 개성적인 캐릭터의 영향이 컸다. 나름대로 뚝심있는 전개를 보여줬다.
'해운대'는 백화점식이다. 동춘(김인권)이 연희에게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알려주거나, 연희가 쓰나미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식기를 주워담는 장면과 같이 개연성이 약한 장면들도 거슬린다. 그래서다. A학점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으나, 사소한 실수 때문에 B학점을 받은 학생을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화해'라는 골인 지점을 향해 성급하게 달려간다. 이혼한 후 몇 년만에 만나 티격태격하던 김 휘와 연희는 밀려오는 쓰나미 앞에서 "미안하다"고 눈물 흘리며 포옹한다. 구조대원 형식의 자기희생도 어색하다. '화해의 쓰나미'가 밀려오지만,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몇몇 장면들은 분명히 인상적이다. 쓰나미가 몰려오기 직전, 갈매기가 차 유리창을 머리로 들이박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광안대교의 콘테이너 폭발 장면도 실감난다. '해운대'는 드라마 허술함이나 캐릭터의 단조로움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거리가 풍부한 상업영화로서 즐길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