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페이퍼진] 영화 속 대통령은 어떤 모습?

장동건이 대통령이 됐다. 10월 개봉 예정인 코미디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감독 장 진)에서다. 헌정 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 차지욱 역할이다. 따져보나마나 최고의 미남 대통령이다. '잘 생긴 순서로 대통령을 뽑으면 장동건이 당선될 것'이라는 시중의 우스갯소리가 영화에서 실현됐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3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노년의 대통령 김정호(이순재)는 좀 우스꽝스럽다. 첫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도 등장한다. 장동건은 젊고, 카리스마 넘치고, 강성 외교노선을 걷는다. 그러나 여성 앞에서는 유약하다. 전직 대통령의 딸이자 야당 대변인인 한채영을 짝사랑한다.

 

장동건은 '진짜' 대통령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시켜줘도 안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힘들고 개인을 희생하고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럼 역대 한국영화에서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마디로 극단적인 이미지다. 지나치게 카리스마를 강조하고 엄숙하거나, 지나치게 서민적이고 낭만적이다.

대통령이 등장하는 한국영화로는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 '효자동 이발사'(2004), '그때 그 사람들'(2004), '한반도'(2006)가 대표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중 '효자동 이발사'와 '그때 그 사람들'의 조연이나 시대 배경으로 등장한다. 최다출연(?)이다. 배우 안성기는 '한반도'와 '피아노 치는 대통령' 2편에 대통령으로 출연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실제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 조시 부시를 희화화한 '화씨 9/11',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닉슨'과 '닉슨vs프로스트',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JFK' 등이다. 특히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은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9ㆍ11테러 당시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살상 무기에 대한 근거없는 결론을 통해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를 가차없이 비판, 풍자, 조롱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 영화가 개봉된 2004년 당시 부시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었다.

박정희와 케네디 전 태통령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는 공통점 때문에 영화에 직접, 간접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그때 그 사람들'이다. 대통령의 암살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파문이 일었다. 대통령의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이뤄졌고, 영화 앞뒤에 등장하는 실제 장례식 장면을 삭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러자 제작사 측은 '이 장면은 2005년 1월 31일 대한민국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의 결정에 따라 삭제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집어넣어 상영함으로써 항의 표시를 했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젊은 대통령과 외동딸의 담임의 로맨스를 다룬다. 대통령 민욱(안성기)은 파격적이다. 지하철 노숙자 차림으로 잠행시찰을 하고, 학교에 불려가 외동딸의 숙제를 대신 해주고, 딸의 담임 여교사와 몰래 데이트를 한다. 대통령과 환경 전문 로비스트의 로맨스를 그린 '대통령의 연인', 서민 여성과 데이트하고 딸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수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러브 액추얼리'와 비슷한 설정이다. 평범하고, 인간적이고, 서민적이다.

'효자동 이발사'는 청와대 전속 이발사의 눈으로 70년대 사회를 조명한다. 부조리한 정치적 사건, 참모들의 권력투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대통령의 고뇌와 인간적인 면모가 단편적으로 드러난다. '한반도'의 대통령은 강성 자주외교를 펼치는 민족주의자다. 일본이 감춘 '고종의 국새'를 찾는 과정을 통해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전면에 드러낸다. 결국 '굿모닝 프레지던트' 속 대통령인 장동건은 '한반도'와 '피아노 치는 대통령'을 섞어놓은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는 전용기에서 벌어진 테러에서 액션 영웅으로 활약하는 '에어 포스 원', 화성인들의 침공 앞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는 '화성침공'이 대통령을 색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대통령이 등장하는 한국영화는 대체로 흥행에서 실패했다.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스토리와 인물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작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