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미술'도 보고 광화문광장도 걷고

"말로만 듣고 무시무시하게 생각했던 기무사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몰랐네요."

지난달 29일 개막된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를 통해 서울 경복궁 옆 옛 기무사 건물이 '재발견'되고 있다. 마침 1일 개장한 광화문광장과도 1km 남짓 떨어진 거리여서 광장을 들러서 전시장을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3일 오후 전시장을 찾은 김숙화(42·부산 해운대구 중1동)씨는 "젊은 미술인들의 참신한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함께 전시장에 오는 길에 광화문광장을 들렀는데 분수대가 인상적이고 시원했다"며 "서울여행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딸, 남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이명선(46·서울 도봉구 쌍문1동)씨도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전시장으로 오다가 광화문광장이 보여서 들렀다"며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전시와 광화문광장을 함께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옛 기무사 건물'에 대한 문의도 많다. '아시아프' 사무국에 걸려오는 문의전화 중 상당수는 "기무사 건물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기무사는 '보안사'라는 이전 이름으로 1979년 10·26사건과 신(新)군부 집권과정에 깊이 연관돼 있어 당시에는 유명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그 이름조차 생소하다. 화랑거리와 연결돼 있고, 특색 있는 음식점과 카페가 밀집한 삼청동 입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일반시민에게는 잊힌 공간이었던 셈이다.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의 반응도 세대에 따라 달랐다. 20대 젊은 층은 "기무사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2009 아시아프'에 회화 작품을 전시하는 송민정(24·건국대 2학년)씨는 "친구들에게 '옛 기무사 건물'이라고 했더니 '기무사'가 뭔지도 모르더라"고 했다. 3일 낮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김수정(20·경기도 용인)씨는 "경복궁 옆이라 찾기는 쉬웠지만 기무사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그러나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이었다. 박진주(47·서울 송파구)씨는 "기무사라고 하면 군사정권이 떠올랐는데 이런 곳에서 미술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것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라고 했다. 김희숙(62·경기도 일산)씨는 "기무사에서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처음엔 으스스한 느낌도 있었다"며 "그러나 한 때 군사정권의 상징이었던 공간에서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가 열리니 더 의미가 깊다"며 반겼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7개국의 미술 유망주 777명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2009 아시아프'는 1부(7월 29일~8월 9일)와 2부(8월 12~23일)로 나눠 진행된다.

이날까지 6일 동안 '2009 아시아프'에는 1만5000여 관람객이 찾아 대학생·젊은 작가의 작품 490여점을 구입했다. (02)724-53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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