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2단 젖힘

〈제3보〉(38~46)=박영훈은 계산과 끝내기의 '도사'로 통한다. 기풍도 철저한 '평화지향적 실리형'이었다. 하지만 이 바둑에서 보듯 요즘엔 그렇지만도 않다. 여차하면 과감한 전투를 자청하고, 돌도 중앙 쪽을 향하는 등 기풍이 달라진 것이다. 그의 스승인 최규병 九단은 박영훈의 기풍 변화와 관련해 "긴 시간 바둑에선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속기전에선 아직 완성 중인 단계"라고 진단한다. 가장 공부량이 많은 기사 중 1명으로 꼽히는 박영훈의 진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38에서 또 한 번 '두터움'의 콘셉트가 반복된다. 41이 의외의 한 수. 당연히 참고도 1을 차지할 장면이었다. 백이 2로 침투해 오면 넘겨주면서 벽을 쌓은 뒤 13을 차지해 누가 봐도 흑의 만족이다. 혹시 천야오예는 좌하 쪽 백 세력을 공격할 뜻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42는 상용의 응수타진. 백에게 우변을 내주긴 싫으므로 43은 당연한데, 대신 백도 44를 준비하고 있다. 45 때 46의 2단젖힘이 뜻밖의 강수. 흑은 불문곡직 '가'로 강력히 끊어가고 싶은데 가능할까. 고민에 빠진 천야오예를 아랑곳 않고 시계 침은 무심히 째각거리며 6분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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