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파도에 '차우' 넘어지고 '국가대표' 날고

쓰나미가 여름 극장가를 덮친 가운데 스키점프 대표선수들의 활강도 좋은 스타트를 기록했다. 식인 멧돼지만 전속력으로 관객들을 쫓다가 발목이 덫에 걸렸다. 국내 3대 영화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롯데시네마·쇼박스가 각각 내놓은 여름영화 '해운대'·'차우'·'국가대표'가 차례로 개봉했다. 차우가 개봉 3주차, 해운대 2주차, 국가대표는 지난 주말 선을 보였다. 흥행성적만 봤을 때, 해운대가 쭉쭉 뻗는 형국이고 국가대표는 첫 주 100만명을 넘겼다. 차우는 이번 주말쯤 스크린 수가 급격히 줄 것 같다. 올여름 한국영화 '빅 3'를 영화평론가 7명과 일반관객 11명의 반응을 모아 중간평가를 했다.

◆해운대: 훌륭한 대중영화

평론가·관객들이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렸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극적 요소가 잘 안배된 훌륭한 대중영화"라고 칭찬했으며, 이상용씨는 "영화 속 커플들의 갈등이 쓰나미로 인해 해소되는 과정을 잘 그렸다"고 했다. "여름용 한국영화로서 필요한 대부분을 충족시켜준 영화"(이동진·영화평론가) "올여름 할리우드 시리즈 영화들에 대적할 만한 작품"(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이란 호평이었다. 가장 박하게 평가한 영화저널리스트 최광희씨는 "신파적 눈물 서비스에 재난을 핑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액션과 컴퓨터그래픽(CG)도 합격점 이상이었다. 황희연씨는 "영화에서 CG가 가장 좋았다"고 했고, 이동진씨는 "쓰나미 이후 감전과 폭발사고로 이어지는 특수효과의 변주와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했다. 관객들도 호평이 많았다. 권명화(49)씨는 "한국영화 CG가 무척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에 쓰나미를 억지로 끼워넣은 느낌"(박수영·20) "쓰나미 경고에도 대피시키지 않는 것은 억지 설정"(김대현·16) 같은 반응도 있었다.

◆국가대표: 새로운 영역 개척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로서 새로운 영역과 스펙터클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황희연씨는 "스키점프를 그렇게 리드미컬하게 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내에서 쉽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했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했고, 전찬일씨는 "스키 장면의 스펙터클은 해운대보다 더 세련됐다"고 칭찬했다. 이동진씨도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장면은 스포츠 장면"이라고 했다. 관객 주은혜(22)씨는 "스피디한 진행으로 긴장과 몰입을 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인위적인 연출이 반복 지적됐다. 이동진씨는 "캐릭터들이 너무 납작하며 인위적인 연출로 감동을 짜내는 영화"라고 했고, 황희연씨는 "관객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부심이 너무 강해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영화칼럼니스트 김형석씨도 "모든 인물들의 갈등이 마지막에 급격히 봉합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상용씨는 "눈 위에서 한 번도 못 뛰어보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선전하는 식의 논리적 파탄이 꽤 많은 영화"라고 했다.

◆차우: 영리한 괴수영화

최광희씨는 "한국형 오락영화의 참신한 변주 모델"이라고 차우를 칭찬하며 "디테일의 부족을 코미디로 가리는 영리함이 돋보인다"고 했다. 이상용씨도 "인디아나 존스 식의 괴물 어드벤처로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관객 박민주(23)씨는 "스릴러 소재를 코미디로 푼 것이 신선했고 새로운 영역을 시도한 것을 높이 사고 싶다"고 했다.

차우는 그러나 강도 높은 혹평도 받았다. 이동진씨는 "대작 영화 그릇에 B급 영화를 담은 불일치"를 지적하며 "몇몇 장면은 대단히 우스웠지만 대부분 실소가 나왔다"고 했다. 이상용씨도 "엇박자 코미디가 과도했고 엉뚱한 캐릭터의 과잉도 거슬렸다"고 했다. 관객 강은우(22)씨는 "일행 10명이 함께 영화를 봤는데 중간에 몇명이 극장을 나갔다"고 했으며, 박재형(21)씨는 "멧돼지 CG가 실망스러웠고 불필요한 역할들 때문에 짜임새가 떨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