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에서 왔소, 미술의 미래 찾으러

올해 열린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눈길을 끌었던 작가는 덴마크관과 노르딕관을 맡았던 마이클 엘름그렘(덴마크)과 잉가르 드라그세트(노르웨이)였다. 팀을 이뤄 활동하는 두 사람은 두 개의 국가관을 동시에 맡아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전시장을 고급 주택처럼 꾸며 '집'이라는 사적 공간을 '전시장'이라는 공적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Entr'acte(앙트락트)》전(展)은 엘름그렘과 드라그세트를 비롯해 앤 리즐가르드·캐스퍼 보넨·마르코 부오콜라·퍼 위젠 등 북유럽 작가 6명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큐레이터 폰터스 키앤더와 함께 전시를 기획한 유진상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는 "'앙트락트'는 프랑스어로 연극의 막(幕)과 막 사이를 말한다"면서 "이번 전시에서는 시장 중심의 미술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막과 막 사이는 아무것도 없는 공(空)의 세계이자,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엘름그렘과 드라그세트의 작품 중 〈Safe〉는 높이 3m가 넘는 좌대(座臺)에 흰색의 금고가 올려져 있다. 금고는 열리지도 움직이지도 않게 만들어져 있으며, 사람 손에 닿을 수도 없는 높은 곳에 있다. 인간이 원하는 '안전'과 '부유함'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임을 의미한다.

앤 리즐가르드(노르웨이)의 〈 어둠의 왼편 〉은 우르술라의 SF 동명(同名)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리즐가르드는 〈 어둠의 왼편 〉에 직접 여전사(女戰士)의 모습으로 등장해, 성(性)정체성에 얽매이는 현실을 꼬집는다. 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우주공간으로 확대해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한다.

퍼 위젠(스웨덴)은 제작방법이 독특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르네상스의 작가 파올로 우첼로의 작품을 복제하면서, 작품이 실린 도록에서 종이를 오려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똑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전투장면에서 기사(騎士)와 말을 없애고 화면에 나무만 남긴다. 르네상스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마르코 부오콜라(핀란드)는 하늘을 시차(時差)를 두고 촬영한 뒤 나란히 배열해 시간과 공간의 이동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캐스퍼 보넨(덴마크)의 회화는 실재와 비(非)실재를 함께 보여준다. 전시는 23일까지. (02)735-8449